람이/보물과 만나다

아버지를 위한 둘째.

LEEHK 2017. 2. 21. 00:50

둘째를 품었을 때는, 막연히 람이랑 닮은 아기가 나오려니 생각했다. 그러나 탄생 후, 깜짝 놀랐다. 남자다운 눈매와 둥그런 얼굴은 친정 아버지 빼박이었다. 정말 빼다 박았다.

 

 

우리 아버지는 6.25 전쟁이 끝나고 얼마 후 태어나셨다. 가난하고 복잡한 가정사 속에서 어려운 유년시절과 방황하는 청소년 시절을 보내셨다. 그 세대 아버지들이 다 그렇듯이, 좋은 점과 아쉬운 점을 가지고 계신데, 우리 아버지의 아쉬운 점은, 그 분이 조금 더 안정적인 가정에서 사랑을 듬뿍 받으며 자라셨다면, 덜하지 않았을까 어러 번 생각해보고는 했다. 다음 생이 있다면, 우리 아빠의 엄마로 태어나, 사랑을 듬뿍 주어 순하게 바르게 따뜻하게 자라게 해주고 싶은 밤도 여러 번 있었다.

 

 

친정 아버지께서는 람이를 정말 사랑하신다. 정말 정말 사랑하시는데, 요즘 보면 서울이도 정말 많이 사랑하신다. 어떨 땐, 람이 어릴 때보다 더하신 것 같기도 하다. 람이는 요맘때 아토피가 심해서 온 식구들이 아주 조심스럽게 다루곤 했다. 그런데 둘째는 약간 막^^ 다루고 있다. 둘째는 형보다 표현이 다양하고 애교도 많다. 그래서 조금 더 마음 편히 예뻐할 수 있는 것 같다.

 

 

저녁 식사 후 설겆이를 하는 동안, 어머니 아버지께서 서울이와 람이를 봐주시며 정말 즐겁게 웃으셨다. 서울이는 요즘 빠이빠이, 도리도리, 박수, 하이파이브 등 개인기를 습득하였고, 노래를 불러주면 박수치며 도리도리를 시전한다. 궁극의 개인기는 눈을 살짝 찌푸리며 살짝 웃으며 고개를 뒤로 젖히는 표정의 애교로, 진짜 어른들이 살살 녹는다.

 

"오늘 할아버지 주름 하나 더 생겼네. 서울이 때문에 너무 웃어서~~" 라고 말씀하시고는 아기와 이마를 마주대시는 우리 아버지가, 오늘 정말 행복해보였다. 다사다난한 세상에 쉽지 않은 일 가득하지만, 그 순간 만큼은 모든 근심걱정 잊고 그저 행복해 보이셨다.

 

 

아버지 닮은 둘째 손주가, 사랑 받고 귀여운 짓 하며 자라나는 모습을 보는 것이, 우리 아버지를 치유하고 편안케 하고, 나를 행복하게 한다. 둘째를 임신하고 낳을 때는 상상도 못했던 삶이 펼쳐지고 있다. 힘듦이 2^2배가 된 만큼, 행복도 2^2배가 되었다. 어머니, 아버지 건강하시고, 함께 웃는 오늘이 참으로 평온하고 따뜻하였다. 둘째를 낳길 잘 한 것 같다. 이럴 때는... (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