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분유를 탈 줄 모르는 엄마다. 한 번도 타본 적이 없고, 젖병 소독 번거로움과 우유 알러지 큰아이의 안전한 집에 분유가루 날리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앞으로도 분유 탈 일이 없길 바란다. 첫째는 18개월 모유수유 했고, 둘째는 8개월 넘게 한창 모유수유 중이다. 첫째 때도 복직한 뒤 아침 저녁으로 수유하다 아이가 어느순간 젖을 찾지 않아 자연스럽게 끊은 것이라, 둘째도 그렇게 되길 소망한다.
임신, 수유 기간 동안 뭐가 제일 힘드냐 묻는다면 아파도 약을 제대로 먹지 못하는 것을 답한다. (술을 못 마시는 건 이제 좀 익숙해졌다 ㅎㅎ) 그나마 타이레놀이라도 삼킬 수 있고, 오랜 수유 경험에 따른 바른 조치로 산후 젖몸살은 이겨냈다. 그런데 39도 전후로 체온계가 움직이는 이 몸살감기는 며칠째 타이레놀을 먹으면 38.5도. 안 먹으면 39도 훌쩍 넘는지라 당황스러울 따름이다.
혹시 어디 염증이라도 생긴건가 싶어 병원을 가도, 모유를 끊을 게 아니라면 줄 수 있는 약이 별로 없다며 은근히 꼭 수유를 해야겠냐며 떠보는 질문들이 이어진다. 수유 의지를 관철하면, 주는 약은 역시나 타이레놀이다. 열이 오래 높으니 간신히 트리세프캡슐이나 오구멘틴 같은 소아과 처방하는 약한 항생제류 조금 준다. 정장제도 웬만하면 수유부에게는 주지 않으려 한다.
결론적으로, 내가 아픈 게 제일 문제다. 임신부도 수유부도 아프지 않아야 약도 안 먹는다. 그런데 내가 왜 아픈가 되짚어보면, 밤에도 두 시간 간격으로 젖을 찾는 둘째놈 때문에 잠을 잘 못 자서 체력이 떨어진 이유가 가장 크리라. 병원에서도, 이제 이유식 하니까 수유 간격을 늘려보라고 한다. 그래서 줄여보고 싶은데 이놈이 어찌나 절실하게 덤비는지, 주지 않고는 견디기가 어렵다.
끼잉끼잉 애교 섞인 목소리로 시작해 잉잉잉 보채기도 하고 입을 벌리고 여기저기 흔들다가 머리를 가슴에 콩콩 박는다. 숨소리가 가빠지며 온갖 소리를 내기 시작하다 울음이 터진다, 수유를 주로 하는 방에 들어오면 눈을 가스름 뜨고 들썩이며 웃기 시작한다. 바닥에 내려놓으면 기어와 엄마 팔 다리를 잡고 일어나 가슴 쪽에 머리를 들이민다. 웃음과 울음이 섞인 표정이 어찌나 간절한지, 주지 않고는 버틸 수가 없다. ^^;;
그래서, 이번 고열도 곧 지나가겠지 기대하며 타이레놀로 버티고 있다. 어차피 언젠가는 끊어야 한다면, 언젠가는 그만 먹이게 되겠지만, 그 언젠가가 굳이 지금일 필요는 없지 않은가. 아이를 낳은 엄마로서 해줄 수 있는 게 있다면, 최대한 해주는 게, 충실히 후회없이 살아가는 법일게다. 그러니 몸뚱아리야 어서 열을 내리거라. =_= 나에게는 부족한 절실함이 우리 젖돌이에게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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