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상념의 문서화

람이 걱정.

LEEHK 2016. 5. 24. 01:48

1.

자정 넘어 두어시간 서울이의 태동이 참 격렬하다.

잠을 자기가 어려워 거실로 나와 소파에 누워있곤 한다.

이제 들어가 자야지 하고 거실 불을 끄고 화장실에 들렀는데

문이 열렸다가 닫히는 소리가 들린다.

누구지? 하고 방에 들어가보니 잘 자던 람이가 벌떡 일어난다.

"엄마가 없어서 기다리고 있었어." 하며 울먹인다.

"자다가 깨보니 엄마가 있었는데 없어서 계속 기다렸어."

눈물 닦아주며 물어보니 거실 문을 열었는데 깜깜해서

나가지 못하고 기다리고 있었단다.

팔베개 해주고 도닥이니 품을 파고 들어 내 목덜미를 만지며 잠든다.

우리 애기- 엄마 서울이 낳으러 가면 거의 스무밤이나 없을텐데 괜찮을까.

 

 

 

2.

주말에 오존 수치가 높아서 그런지 기침이 심했다.

식욕이 줄어 밥도 잘 못 먹고, 잘 때는 미열도 났다.

이 아이 서울이 낳으러 가면 열 나고 아프려나.. ㅜㅜ

 

 

3.

저녁에 함께 터닝메카드 놀이를 하다가 잠시 티격태격 했다.

아이 입장에선 같이 놀아도 제일 좋아하는 카드는 오직 본인 것이었고,

내 보기에는 같이 놀자고 해놓고 독점하는 것이 좋지 않아 보였다.

울음을 터트리며 엄마가 진짜 나쁘다고 하는 아이에게

그 카드를 너만 가지고 있을거면 나도 너랑 놀지 않겠다고 받아쳤다.

시간이 흐르고,

"엄마가 정말 잘못했지만 내가 꾹 참았어, 엄마를 사랑하니까."

하며 다가오는 아이에게 "아냐 난 너랑 안 놀거야."

하고 매정히 말했다.

등 돌리자 발로도 건드리고 팔도 부딪치고 슬쩍 쳐다보는 아이를

곁눈으로만 살피며 어린이집 짐을 싸고 물건 정리를 했다.

"엄마. 이제 그리핑크스 카드 같이 가지고 놀게요. 미안해요. 사과하자요요.."

큰 결심을 한 어두운 얼굴로 손을 조심스럽게 내미는 아이를 안아주며,

이 아이가, 엄마 말을 알아들어서 받아들인 게 아니라,

엄마의 매정한 분위기를 견디지 못하고 숙인 것 같다고 생각했다.

논리가 아니라 너랑 안 놀아. 로 이겨먹은 엄마가 된 것 같아

한숨이 나오면서도, 이 아이는 정말 엄마를 사랑하는구나 싶어.

서울이 낳으러 가면 스무밤 동안 정말 우리 람이가 잘 지낼 수 있을지 다시금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4.

크로아티아 가서 5일만에 아이가 보고 싶어 안절부절 했고,

남은 열흘간 아이가 안고 싶어 감정적으로 너무 힘들었었는데,

과연 스무밤을 내가 버틸 수 있을 지 걱정된다.

우리 람이 보고 싶어 스무밤을 제대로 몸조리하며 쉴 수 있을까.

 

 

 

 

5.

동생 만나 받는 첫째의 상실감이 있다는데,

내 몸 힘들다고, 덜 다정하거나 덜 보듬어주지 않기를.

람이는 내 보물, 내 아기, 우리 애기, 못난이. 사랑하는 이 마음.

서울이 산후 잠 못자고 몸이 힘들고 마음이 우울해져도,

초심은 잊지 말자. 지금과 같은 양의 애정을 람이에게 표현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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