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물주의 신비.
필요한 만큼 생산한다.
첫째 때 울혈에 유선염에 젖몸살에 사출에 고생했던 기억 때문에 조리원에서부터 웬만하면 유축은 하지 않았다. 수유 가이드도 적당히 알아듣고 적당히 듣지 않았다. 조리원에서는 울혈 없애고 말랑하게 만드는 것과, 밤에는 분유보충 시키며 푹 잘 것. 딱 두 가지만 목표로 하고, 달성했다. 집에 와서 이삼일은 1.5시간 간격으로 밤낮없이 수유하며 다시 젖량 맞췄고, 그 이후는 2시간 간격으로 밤낮없이 수유하며 그 다음 목표를 위해 수유 방향을 세우고 맞춰나가고 있다.
첫째 때는 경험이 없는 상태에서 이론만 빡씨게 파니, 현상황에 대한 진단은 하지도 못하면서 이런저런 시행착오만 죽을듯이 했었다. 최악이라는 '멍부' 였다. 둘째는 이론과 경험이 있으니 예측한대로 노력하면 대략 원하는 결말이 나온다. 중간중간 마일스톤 찍어가며 그 다음 스텝으로 넘어간다. 마치 일하는 것처럼 수유하고 있다.
각오했지만 역시 수면 부족은 힘들다. 몇 달은 더 이럴 걸 알기 때문에 때론 분유 생각도 난다. 분유도 역시 여러 고충이 있겠지만 최소한 새벽이나 낮에 한두번은 다른 이에게 수유를 맡길 수 있을거라는 장점이 자꾸만 탐이 난다. 말이 두 시간 간격이지, 수유하고 기저귀 갈고, 응가했으면 화장실 왕복하고, 트름시키고, 1시간 간신히 눈 붙이면 애가 또 운다. ㅋㅋ 그럼 또 부서질 것 같은 몸을 일으켜 수유한다. 흑.
첫째 때 모유수유 끝판왕을 찍었기 때문에 완모에 대한 미련은 없다. 둘째는 쿨하게 분유 먹이고 싶다. ㅜㅜ 하지만 그러지 못한다. 보수적인 내 성격상 아마 계속 모유를 먹일거다. 우유 알러지인 아이를 키우는 집안에서 분유 가루가 날리게 하는 것은 너무 위험하기 때문이다. 또한, 만약 단유한 뒤에 둘째도 우유 알러지로 밝혀진다면, 맞는 분유 찾아 헤매야 하고, 맞는 분유를 못 찾으면 유당 섭취해야 하는 기간에 두유를 먹이고, 이유식 테스트 하는 기간에 영양 균형 생각하며 더 많이 초조해야 한다. 그 마음 고생과 아기 건강 문제를 생각하면, 그냥 내가 잠 덜 자고 식이조절 하며 모유 먹이는 게 차라리 덜 피곤할 것 같다.
뭐든 선택인거다. 미래가 불안정해지는 것 보다는 차라리 지금 지치고 힘든 걸 택한다. 어릴 적에는 내일 지구가 망해도 오늘 놀겠다는 현실위주의 행동파였던 것 같은데, 아이가 생기고 나서는 참기 힘든 상황에서도 버티고 만다. 어깨 위에 아이 둘을 얹었으니, 그냥 인내하게 된다. 대부분의 부모가 그렇듯, 나를 내어놓고 아이를 먹이는 삶의 기조가 굉장하다고 생각하지만 별로 좋지는 않다. ㅜㅜ 그래도 첫째 때보다는 정신적인 컨디션이 매우 안정적이다. 모르고 당해서 패닉이었던 때에 비하면, 알고 당하는 지금은 최소한 예측 가능해서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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