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현재를 찍다

어쨌든 생일. 못된 독감.

LEEHK 2016. 3. 10. 01:06

점점 주변에서 떠들썩하게 나에 대해 뭘 챙겨주는 걸 피하게 된다.

생일도 알리지 않는다.

옛날엔 챙겨달라 방송하고 다니기도 했었는데 ㅎㅎ

그냥 요즘은 화제에 오르는 것 자체가 내키지 않는다.

조용히 묻히는 것의 만족을 알게 된 건 나이가 들었다는 것이겠지.

 

 

 

아이는 6세 기념으로 독감 첫 경험 중이다.

해열제도 타미플루도 잘 먹어놓고 참으로 뜨끈하다.

 

수시로 뒤척이며 엄마 피부를 손으로 확인하는 아이라,

자다 깨다 신음할 때마다 엄마 옆에 있다고 알려주기 위해

작은 어깨에 손을 얹어 도닥인다.

동통이 있는지 어른이 살짝 잡는 수준의 압박에도 아파하기 때문에

손과 팔의 힘은 최대한 빼고 최대한 포근하게 쓰다듬고 잡아준다.

그러면 다행히도 다시 숨소리가 깊어지며 잠든다.

 

임신 이후 배가 자주 아프고 뭉쳐서 무거운 거 안 드느라

한동안 아이를 안지 않았지만, 애가 아픈 밤에는 뭐가 중요하겠는가.

잠결에 쉬야 하고 싶다고 찡찡거리는 거 번쩍들어 화장실 왕복하고

얼핏 시계를 보니 자정이 넘었네. 별 거 아닌 날이 이렇게 지나갔다.

 

 

전염성 강한 독감 아이와 함께 생활해도 다행히 열 하나 없는 어른들의 면역력에 감사한다. 7개월 임부임에도 잘 버티고 있는 서울이 껍데기에도 감사한다. 아프고 힘들어서 짜증도 부리고 징징거리기도 하지만, 달래주면 먹을 것도 조금씩이나마 먹고, 웃기도 하고, 치카도 잘 하는 람이에게도 감사한다. 건강하자, 아프지 말고. 소원은 그것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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