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현재를 찍다

2016년 설, 그리고 람이 여섯살 생일. :)

LEEHK 2016. 2. 12. 00:24

 

임신 6개월 돌입.

둘째를 안 낳겠다 치를 떨며 적었던 기록들을 다시 보면 그 마음이 여전히 생생하게 떠오른다.

지나고 나면, 그 때에 그 상황에서 그것만 알고 있었기에, 폭풍처럼 몰아치는 감정에 휘둘렸던거구나 알아차리게 되는 일이 종종 있다. 람이를 처음 낳았던 나에게 말을 전할 수 있다면, "괜찮아. 그 또한 지나가~" 라고 말해주고 싶다. 몰랐던 말 아니니, 아무 소용 없을테지만. );

 

여러가지 굴곡을 겪고, 감정을 정리하며 자연스럽게 둘째를 갖게 되었다. 알 만큼 알고, 포기할 것들 포기한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나서 한 임신이라 그런지, 폭풍 입덧도, 하혈도, 복통으로 응급실을 가면서도, 패닉에 이르지는 않았다.

 

한동안 휴가 남발과 제사임에도 시댁에 가지 않고, 아무런 외부 모임도 갖지 않고 집에서는 누워있으며 버티다, 그럭저럭 임신 중기 안정기에 돌입했다. 임신 후기가 되면 몸이 더 안좋아질거라는 걸 경험으로 알고 있기에 임신 중기 황금기에 몸을 아껴가며 조금씩 움직이고 있다. 람이 하나만 신경쓰며 보낼 수 있는 마지막 시간일테니, 둘째 탄생 전까지만 누릴 수 있는 자유라고 생각하며 지내고 있다.

 

 

 

 

둘째의 태명은 람이가 지었다. "서울이가 태어나서 서울에 가면 어? 나랑 이름이 똑같네!? 하면 재미있잖아~~" 라는 이유의 '서울이' 다. -_-;;

람이가 다섯 돌 즈음에 서울이가 생기니, 동생에 대한 인식의 수준이 높다. 동생 갖고 싶다 노래도 일이년 한 뒤라서 그런지 서울이가 커지는 것을 긍정적이고 행복하게 즐기고 있다. 엄마 배가 커지는 것을 실시간으로 목격하고, 수시로 배를 같이 쓰다듬고 뽀뽀하며 태동에 대답도 해준다. 서울이에의 태담 빈도 1위가 람이다. 뭘 할때마다 수시로 물어본다. "엄마 서울이는 뭐래? 엄마 서울이도 방금 봤대? 엄마 서울이가 형아 멋지대?" 아직 동생의 실체를 느끼지 못해서 할 수 있는 말이겠지만, "나랑 서울이를 똑같이 사랑해줘야지. 나만 더 사랑해주면 안돼." 라는 기특한 말도 자주 한다. 최고는 자기 어릴 적 사진을 내 배에 들이밀고는 만화영화 남자 주인공 말투로 "서울아. 형아 어릴 때, 귀여웠다-."

 

 

 

 

구정을 맞이하여, 둘째 임신을 알고 몇 달 만에 시댁에서 두 밤을 잤다. 무리하면 아직 배가 당기고 알싸한 걸 말씀드리니 무한한 배려를 해주셔서, 진짜 아무것도 안 했다. 먹고 자고 먹고 잤다. 덕분에 체력이 많이 회복되었다.

집에 와서 하루 또 푹 쉬고 서울 여행을 나왔다. 삼십 분 거리 시내 호텔에서 2박 하며, 낮에는 람이가 좋아하는 어린이 뮤지컬을 보고, 저녁에는 호텔 수영장 나들이를 했다. 붙어 있는 백화점에서 식사하고, 전망 좋은 방에서 쉬었다.

직전에 갔던 호텔이 회사 제휴로 할인 받아 갔던 반얀트리 스위트;;라서 그런지, 디럭스룸에 들어오자마자 "좁아~" 라고 해서 엄마 아빠를 황당하게 만들었지만;; 수시로 "행복해~ 최고야~ 정말 좋은 날이야~ 여행 나와서 정말 좋아~" 라고 표현하며 "엄마가 제일 소중해. 서울이 생겨서 엄마 몸이 아프니까 내가 챙겨줄거야~" 라며 꼭 붙어있는 람이 덕분에 행복한 시간이다.

 

둘째를 낳으면 또 일 년 넘게 바깥 나들이 잘 못 하고 칩거하며 아이와 씨름해야겠지만, 모르고 들어갔던 첫 출산과는 다르게, 알고 들어가니 이번에는 전 만큼 안 힘들겠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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