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현재를 찍다

2015년 생일. 서울 여행. 엄마 이름.

LEEHK 2015. 3. 11. 00:33

 

 

 

 

 

 

 

물질은 다 부질없고, 마음도 사라지기에. 가장 조촐히 보냈다.

떠들썩하고 싶지 않았지만, 그래도 챙겨주신 분들께 감사. :)

 

선물은 뭘 받고 싶냐고 물어보는데, 갖고 싶은 게 없어서 다 패스했다.

집이나 한 채 갖고 싶다. 꾸미게. 근데 그건 선물로 받을 수 없으니. ㅎㅎ

아, 유일하게 갖고 싶은 게 마음이 담긴 카드와 긴 편지여서 말했는데, 부록과 함께 받았다. 좋더라. ^^

 

 

생일 전 주말은 여행을 했다. 광화문에 결혼식이 있어 갔다가, 아이를 데리고 당일치기 하기에는 이동거리가 부담스럽고, 간 김에 경복궁이나 보여줄까 싶어 갔는데 생각보다 많은 걸 할 수 있었다. 명동에 숙소를 잡으니 왜 명동이 관광객의 메카인지 알 수 있었다.

 

첫 날은 경복궁에 갔다가 수문장 교대식도 보고 궁 내를 산책했다. 결혼식에 참석한 뒤 체크인을 했는데, 아이가 높은 층을 달라고 말한 덕에 스위트룸 업그레이드를 받았다. 물 느낌이 참 좋았던 호텔 수영장에서 놀다가 올라와 명동 야시장을 돌았다. 아이가 피곤해하며 안아달라고 하는데, 들고 오래 걸을 수 없는 무게가 되어서-_- 걷도록 꼬시려고 솜사탕과 딸기모찌를 사서 먹였는데 알러지 반응이 없어서 넘 좋았다. 야시장 식자재는 저렴하게 해야 하기에 비싼 우유 달걀 넣을 여유가 없는 게 아닐까 추측하며 즐거워했다.

 

명동 온 김에 오랫만에 비첸향 육포 사서, 탄산수에 자몽주스 타서 마시며 숙소에서 수다떨다 나와 아이는 먼저 잠들고, 신랑은 건담 애니를 밤새 보겠다더니 축구 중계를 보며 자유를 만끽했다.

 

조식 뷔페에서 알러지 음식 체크해달라고 하여 매니저가 함께 음식 코너를 돌며 알려주었다. 확인한 것들만 먹였더니 다행히 큰 탈 없이 식사를 할 수 있었다. 체크아웃 후 당일 주차는 무료라 차를 두고 택시 타고 나와 남산 케이블카 타고 팔각정 주변 산책하고, 내려와 오랫만에 목멱산방에 들렀다가, 다시 명동 거리를 걷다 집에 왔다. 아이는 오후 5시부터 다음날까지 꼬박 잤고, 나와 신랑도 기절하듯 쓰러졌다.

 

얼마 전까지 점심 먹으러 다니던 사대문 안쪽이, 이제는 일 박 해야 하는 여행지가 되어버린 것 같아 기분이 묘했다. 가장 감사한 건 아이 음식 문제가 생기지 않았다는 것과, 아이가 다양한 자극을 받고 즐거워했다는 것이었다. 가족에 집중할 수 있어 좋았다.

 

 

 

 

생일 즈음해서 아이가 내 이름을 제대로 부르기 시작했다. 전에는 자기 성(아빠 성)에 내 이름을 잘못 발음해왔었는데, 성남 할머니께서 잘 가르쳐주신 덕분에, 이제는 엄마 성에 엄마 이름을 또박또박 발음할 수 있게 되었다. 아이에게 받은 생일 선물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