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엔 단점을 감추고 고치는 데 집중하고, 미흡한 부분이 미친듯이 부끄러워 잠을 못 자던 시기도 있었다. 기본 성향이 지금도 남아있긴 하지만, 전보다 많이 대범해졌다. 무엇인가를 하려 할 때 순기능과 역기능이 동시에 떠오른다. 그리고 하고 싶은대로 한다. 문제와 단점을 상쇄할만큼 장점이 많다 생각하면 나머지는 어쩔 수 없다 접어둘 수 있게 되었다. 완벽하진 않지만 충분히 가치있다 느낀다. 상황에서 최선을 다하는 이것보다 나은 대응은 없다고 생각하게 된다.
나 자신에 대한 완벽주의를 놓고 나니 타인에 대한 수용도 쉬워졌다. 단점이 장점보다 크게 느껴지지 않는 한, 단점은 그러려니 하고 못본 척 신경쓰지 않는다. 그것은 그의 특징이고 내가 그걸 쪼개어 장점만 취할 수는 없는 일이다. 사람을 곁에 두느냐 마느냐, 조직 덩어리에 속하느냐 아니냐의 문제인거지, 날카롭게 분석하여 조정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아무리 잘 보려 노력해도 단점이 너무 크게 느껴지면 적은 장점을 포함해도 그 전체가 싫어져버린다는 문제가 있지만, 자주 있는 일은 아니니 감안하고 넘어갈 만 하다.
굳이 알지 않아도 되는 것들이 있음을 깨닫게 되었다. 이기적이고 무게감 없고 본능과 욕구에 충실한 것이 당연하다. 영향을 끼칠 수 있으리라 기대하는 것은 어리석다. 안 좋은 것들은 말해봤자 모다 소용없다. 순간순간 치열한 고민 후 내리는 결론이 모이고 모여 정답이 되는것이다. 이는 나에게도 타인에게도 적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