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판교 사고가 난 곳은 점심 시간에 산책다니던 코스 중 하나다. 맥주와 피자를 무료로 준다는 포스터를 보고, 몇 몇 연예인 이름을 보고 재미있겠다 구경가봐야지~ 라는 생각과 낮 5시부터 공연 시작하면 사무실에서 엄청 시끄럽겠구만 하는 생각들을 하며 지나치곤 했었다.
막상 당일에는 몸이 아파 요즘 트랜드인 '가사'를 사유로 쓰고 휴가를 냈다. 집에서 계속 누워만 있다 휴대폰을 켠 순간 보이는 사고 소식. 급하게 회사 사람들한테 메세지를 날렸는데 십여분 간 답이 없고 혼자 덜덜 떨었다. 다행히 동료들은 무탈하여 가슴을 쓸어내렸다. 안심하는 한편 안도해서 미안했다.
올라간 게 잘못이라니, 그건 말도 안 된다. 사람은 미약하다. 그걸 시스템으로 보완해야 한다. 쉽게 올라설 수 있는 높이에 그런 깊이의 구멍이라니, 진짜 말도 안 되는거다. 막말로, 산책나온 애들이 그 위에 올라가서 놀다 떨어질 수도 있는 거 아닌가. 우리 단지 환풍구는 2미터 높이가 넘는데도 초딩 애들이 사다리 기대어놓고 올라가더만. ㅜㅜ 행사 기획한 사람들이 아무리 답사를 해도 놓칠 수 있었으리라 생각하고, 이건 그저 안전 법규화 해서 모든 시공 검사 단계에서 체크해야 하는 문제다. 사람의 실수는 시스템으로 대비해야 한다. 이렇게 일 터질 때마다 누덕누덕 몸빵하지 말고, 그런 시스템을 갖추는 사람들이 존중 받고 대우 받아야 한다.
너무 속상해서 오랫만에 악몽도 꿨다. 인생이 허무하고 무서워서 종종 견딜 수 없이 외로웠다. 인생 다 부질없다. 집착해봤자, 아등바등 해봤자 쉽게 무로 돌아갈 수 있다. 열과 성을 다 부어봤자 다 모래알처럼 흩어진다. 사람은 미약하다. 나도 미약하다. 그냥 순간은 순간일 뿐, 오래 잡혀있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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