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체의 항상성 기작은 정신에도 있는 것 같다. 행복과 괴로움의 총량은 항상 같다. 정말 실제로도 그런걸까 생각해봤다. 모든 일이 동량으로 공평하게 발생하는 걸까.
차에 상처가 났다. 벌써 몇 번째인지 기억도 안 나고, 긁힌 부분을 확인도 안 했다. 처음 차를 사고 긁었을 때는 마음이 많이 쓰였던 것 같은데, 이제는 대수롭지 않다. 어차피 소모품인데 뭐, 새로 사면 되지, 도색 다시 하면 되지 뭐 하는 대범함이 생겼다. 같은 긁힘이라도 몇 번째 상처인지에 따라 느낌이 현격하게 다르다.
같은 일을 여러 번 겪을수록 무뎌진다. 깊이가 얕아지는지, 지속시간이 짧아지는건지 잘 모르겠지만, 훨씬 견딜만해진다. 행복한 일이 많을 때는 작은 게 크게 느껴지진다고, 지금 나는 그래서 작은 걸 크게 느끼는 거라 생각하려 애쓴다. 지겨워지는 것도 그렇게 다독여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