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태어난 지 딱 삼년이 되었다. 삼년 전 이맘때 침대에서 큰 소리로 울고 있었다. 진통할 때는 소리도 못 지르고 울지도 못했고 출산 후 온 몸이 너무 아파서 엉엉 울었다. 어쩌면 엄마가 되었다는 두려움도 있었으려나.
우유 달걀 알러지인 우리 아이가 먹을 수 있도록 한살림 단호박 술-_-빵을 데우고 딸기를 동그랗게 둘러 장식하였다. 생일 축하 노래를 부르고 불을 끄며 "나 이거 먹을래." 라고 하는 아이에게 먹는 거 아니라고 둘러대며 급히 숨기지 않아도 되고 함께 잘라 먹을 수 있어서 정말 좋았다. "이거 보리빵이야?" 라고 묻는 영민함을 보고는, 맨날 먹는 거랑 같다고 하면 어쩌지 잠시 긴장했으나; 평소 먹는 보리빵보다 더 단 맛에 열심히 집어먹는 모습을 보며 안도했다. 귀엽고 뿌듯했다.
일산에서 한 생일파티에서는, 처음으로 크림이 들어있는 초코케이크를 먹었다. 고모가 연남동 비건빵집까지 가서 직접 들고오신 우유 달걀 견과류 들지 않은 초코케이크는 두유 맛이 물씬 나면서도 달콤하고 부드러웠다. 자연스럽게 잘 먹고 있는 아이의 멀쩡한 입가가 너무나 낯설어서 얼떨떨했다.
이 아이 인생의 새로운 장이 열린 것 같아 기쁘고 감사하면서도 생경했다. 조금 더 부지런하게 신경쓰면, 아이에게 남들과 같은 것들을 누리게 해줄 수 있을 것 같다는 희망이 현실로 다가왔달까. 다른 아이들은 이런 식으로 케이크를 먹어왔겠지. 묘한 기분이다.
람이는 복 받은 아이고, 내 아이가 복 받은 아이라 정말 다행이다. 아이와 내가 새로운 것을 접하게, 시도하게 해주시는 언니에게 항상 감사하다. 부족한 엄마의 빈 곳을 람이의 다른 보호자 분들이 넘치게 메꾸어 주신다. 낳기는 내가 낳았지만, 기르는 건 양가에서 함께 해주시는 것 같다. 덕분에 아이가 정서적으로 안정된 까불이로 자라고 있어, 정말 기쁘다. 감사하다.
사랑하는 내 아들. 퇴근하면 "엄마 다녀오셨어요?" 하며 꼬옥 안는다. 그리고 "많이 수고했어~" 하며 어깨를 두드리고 내 뒤로 돌아가 양 어깨를 한 번 주물러준다. 두 번은 없다. 부탁해도 도망간다. ㅎㅎ
부디 건강하고 씩씩하게 자리다오. 아프지 말고, 알러지도 완화되어 올해는 먹을 수 있는 음식이 더 많이 늘어났으면 좋겠다.
이화경.
애 낳느라 고생했고 키우느라 수고했다~
앞으로 엄마로서 더 많은 책임감을 갖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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