람이/보물과 만나다

람이 34개월 - 미운 네 살, 멋있지?, 영어노래, 알러지, 케이크

LEEHK 2014. 1. 3. 03:05

1.

 

해가 바뀌고, 땡깡부리는 아이에게 신랑이 말했다.

"어이~ 미운 네 살~"

나는 폭소. 아이는 발끈하여 대답한다.

"아니야! 람이야!"

 

"못난아!"

불러도,

"아니야! 람이야!"

대답하지만

 

"예쁜아~" 혹은 "귀염둥아~"

부르면

"네~"

한다.

 

 

 

2.

 

신정 기념 삼촌과 아빠의 대청소가 있었다.

엄마가 오랫만에 몸이 너무 아파 기절해있던 사이

거실 구조가 바뀌었는데,

너른 매트 4장이 깔리고 운동장이 되었다.

우리에게도 넓으니 아이에게는 오죽 자유로울까.

이리 뛰고 저리 뛰고 제자리에서 구르고

"얍!" "히얍!" 같은 소리를 한참 내더니

어른 가까이 다가와 올려다보며 말한다.

 

"람이 멋있지?"

 

 

 

3.

 

브라운베어와 크리스마스 캐롤 몇 곡을 영어로 듣더니 어설프게 부분 부분 따라 부르기 시작했다.

로보카폴리 러시아판 오프닝 곡을 듣더니 "영어가 나와! 못 알아 듣겠어~" 하며 바꿔달라 어른을 청한다.

 

혼자 자작곡을 부를 때가 있는데 가사가 매우 귀엽다.

그런데 하루는 가사도 못 알아듣겠어서 "람이 무슨 노래 부르는거야?" 물었다.

 

 

"응~ 이건 영어노래라고 해~"

 

가사를 모르겠는 노래의 총칭이 영어노래가 되었다. :)

 

 

 

 

 

4.

 

스테는 격주로 써주게 된다.

주로 오금.

발목, 팔 접히는 곳, 귓볼은 가끔.

새벽에 긁어주는 것은 주 1~2회 수준으로 줄어들다.

그 밤이 힘들 것 같으면 차라리 미리 약을 쓴다.

리도와 유시.

아이의 성장과 삶의 평정을 위해 숙면이 꼭 필요한 밤도 있다.

 

지난 주는 입가가 붉어지는 사고가 있었다.

아마 어른 식탁에서 치운다고 치웠으나, 미세하게 남아있지 않았나 싶은 치즈나 과자의 가루가 들어간 게 아닌가 추정한다.

요즘 입가 상태가 좋지 않고 건조했던 것도 요인 중 하나이리라.

 

배고프다 해서 밥을 차려 한 입 먹이자마자

"입이 아파. 엄마 확인해봐."

라고 말하며 입을 부비다.

오랫만의 사고에 놀라고, 아이의 대응에 더욱 놀라다.

유시락스 먹이고 시간 지나니 괜찮아짐.

입이 아프면 안 먹겠다 할만도 한데, 배고프다 밥달라 하여 다시 차려주니 포식하시는 우리 귀염둥이.

 

피검은 아직 하지 않았지만,

이제 곧 세 돌인데, 알러지가 약해지지 않았을까

무의식중에 기대하며 관리 소홀해진 게 아닌가 많이 반성하다.

그리고 알러지가 약해진 게 아니구나 싶어 조금 실망하고 체념하다.

무슨 헛된 기대를 한거냐. 바보같이. ㅜㅜ

 

 

 

 

5.

 

 

연말, 일찍 퇴근하여 아이를 하원시킨 날,

어린이집에서 생일파티 있었다.

치킨과 케이크는 람이가 먹을 수 없어

대체 도시락으로 푸딩, 약과, 소시지, 어묵을 푸짐하게 보냈다.

모두 생협 제품으로 달걀, 우유 성분 없는 것이다.

 

집에 와서 람이에게 "오늘 뭐 먹었어?" 물어보니

혼자만 케이크 안 먹었다고 선생님이 주지 않았다고

열심히 설명하다, "케이크 먹고싶어." 라고 풀죽은 목소리로 말하다.

 

그동안 원에서 상담할 때마다, 람이는 친구들 음식에 관심이 없고, 오히려 친구들이 람이 대체 도시락에 흥미를 가진다고 해서, 아직은 아니구나 했던 그 날이 오고야 말았다.

 

이 아이에게, 너는 우유/달걀 알러지라 친구들이 먹는 케이크는 먹을 수 없어. 라고 어떻게 설명해야 하나 찰나의 시간 동안 뇌가 빠르게 회전하다. 이건 매우 중요한 순간이다.

 

"람이 음식 먹고 입 아플 때 있었지~ 그 때 어땠어?" 하니

"아니 좋았어~" 하다.

 

"람아 케이크 먹으면 입 아픈데 괜찮아?" 묻다.

"아니~" 라고 대답하는 아이.

 

"그래서 대신 약과랑 푸딩 먹었잖아~"달래니

"응~ 맛있었어~" 라며 넘어가다.

 

그리고 간식으로 보리빵과 두유, 약과랑 요구하셔서 대령하니 맛있게 먹는다.

 

 

우리 먹보. 잘 먹고 잘 자고 쑥쑥 자라고 있다.

간혹 대화 중에 아이가 자연스럽게 자기어필을 할 때가 있다.

 

"람이는 많이 컸어. 밥 잘 먹었거든~"

"람이 튼튼하고 씩씩하지~ 응~"

 

하며 뻐기는 모습을 보고 있자면, 티끌없이 해맑게 자라는 이 아이를 더욱 굳건히 지켜야겠다는 결심이 강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