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려고 누운 참.
아이와 뒹굴뒹굴하며 찌부당하며 놀다가
잠시 반대쪽에 있는 신랑과 대화했다.
그러자 작은 손이 연약한 살을 맵게 꼬집는다.
너무 아파 정색하고 아이의 손을 탁 치며
"아파!! 엄마 아프잖아!!" 했다.
그러자 당황하며 "미... 미아.." 하더니 금새 눈물 뚝뚝 흘리며 서럽게 울기 시작한다.
요즘 훈육 시킨대로 사과를 하려고 시도한 것은 무척 기특하다. 하지만 본인 생각에 억울했는지, 사과는 하다말고 울음보가 제대로 터졌다.
혼낼까 안아줄까 어떻게 대응해야하나 고심하다 일단 공감해주고 사과했다.
"람아. 많이 놀랐어? 엄마가 너 때린 거 아냐~ 엄마가 너무 아파서 놀라서 그런거야. 미안해."
더 서럽게 매달린다.
"무서웠어~~"
엄마한테 무섭다고 말한 것은 처음.
매서운 눈빛으로 아이를 바라보았나 싶어, 안고 토닥토닥 해주며 눈물을 닦아주었다.
그 뒤는 한동안 "눈물 닦아줘~" 의 향연.
아이는 거의 두돌까지 본인의 체액이 닿으면 약한 피부가 공격을 받아 곧잘 붉어졌었다. 때문에 온 가족이 아이가 침흘리건 콧물흘리건 눈물흘리건 바로 가재수건으로 살짝 눌러 톡톡 닦아주는 조건 반사 같은 행동을 해왔다. 아이도 그것이 익숙해졌는지 땡깡을 부리며 울 때, 달래주지 않고 가만 쳐다보고 있으면, "눈물 닦아줘~~~" 하며 울며 안긴다. 계속 울면서 "눈물 닦아줘~~~", "콧물 나왔어~~~" 하는 모습을 보다보면, 이 아이도 태어나서부터 울 때마다 항상 그래왔기에 어른이 눈물 닦아주는 습관이 든 것 같다. 어쩌면 질병적 치료 관리 개념인 그 행동들이 아이에게는 따뜻한 스킨쉽이자 보살핌 받는다는 느낌을 주었구나, 그래서 마음이 서러울 때는 그 손길을 달라고 매달리는구나 싶어 마음이 찡할 때가 있다.
"엄마가 람이 사랑하잖아~ 람이 아침에 밥 누가 먹여줬어~?"
"엄마-"
"아침에 응가 누가 닦아줬어?"
"엄마-"
"아침에 약 누가 먹여줬어?"
"엄마-"
"아침에 누가 람이 목욕시켜줬어?"
"엄마-"
"낮에 누가 슝슝~ 운전해서 람이 병원 태워다줬어?"
"엄마-"
"저녁에 누가 람이 몸에 크림 싹~ 발라줬어?"
"엄마-"
"저녁에 누가 배주스 줬어?"
"엄마-"
"그것봐~ 엄마가 람이 얼마나 사랑하는데~ 람이가 엄마 꼬집으면 괜찮아??"
"안돼-"
"람이 또 엄마 꼬집어서 아프게 할거야?"
"아니-"
그 뒤에 서로 아팠던 곳에 호~ 불어주고 서로 사과하며 훈훈하게 마무리 되는 참에 아이가 말한다.
"싸우지 마자."
요즘 아이가 자주 부르는 노래. 이 뜻이었던가!? 엄마가 람이 땡깡 부리는 성질을 잡기 위해 달래주지 않고 먼저 굽히고 들어올 때까지 쳐다보고 있을 때가 있다.
그 근처였나 타이밍은 잘 기억 안 나는데 아이가 두세번 "싸움 하며~ 친구 아니야~ 사랑하며 지내자~" 말하며 손가락 내민 적이 있다. 그냥 신기하고 귀여워 웃고 말았는데. 엄마가 차가워 지는 때가, 아이 기준에서는 싸우는 개념이었구나 하고 불현듯 깨달았다. "람아, 엄마랑 좋은 친구가 되자. 사랑하며 지내자~" 라며 꼬옥 안아주었다.
그리고 아이와 목소리 맞춰 함께 노래 불렀다.
"싸움 하면은~ 친구 아니야~ 사랑하며 지내자~ 새끼손가락~ 고리 걸고~ 꼭~ 꼭~ 약 속 해~"
어린이집에서 좋은 것 많이 배워와서 좋다.
가정에서 못 주는 다양한 자극을 받아, 아이 사고의 틀이 넓어지는 느낌이다. 어여 낫고 다음 주에는 등원하자 못난아~
새끼손가락 노래 뒤에 비행기 노래 불러달라 조르기에 "람이가 불러~ 엄마가 불러주면- 람이 다시 못난이 하는거야~" 했더니 바로 "못난이 할래- 노래 불러줘~" 해서 노래 불러주고, 오뎅 사건으로 빼앗긴 못난이 호칭 다시 쟁취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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