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마음이 너무 안 좋았다. 심각하게 가라앉아 있다가 나도 모르게 아이에게 푸념했다.
"람아. 엄마 멀리 멀리 떠나고 싶어."
알아듣지 못 할 거라 생각하고 한 말이다. 아이가 알아듣는다면 엄마로서 해서는 안 되는 말이다. 그런데 아이가 대답했다.
"그럼 우리 못 보잖아~"
언제 이런 어휘까지 가능하며, 상황에 대한 논리적 유추까지 가능해진건가 싶어 나도 모르게 한 번 더 확인차 물었다.
"그래도 엄마 멀리 멀리 떠나고 싶은데?"
그러자 아이가 살짝 울먹이며 대답한다.
"우리 못 보면 어떡해~"
눈물 글썽글썽한 아이 눈망울을 보며 감정이 확 이입되었다. 정말 우리가 못 보게 되면 어떡하지, 내가 이 아이를 못 보는 건 말도 안 된다. 나도 모르게 눈물이 울컥 치솟고, 아이가 나를 정말 필요로 하는구나 하는 느낌이 꽉 차올랐다.
"그럼 엄마 어디 있어?"
"집에~"
사랑해요 해달라고 해서 뽀뽀 받고, 눈을 보며 예쁜 공주님 소리도 들으며 아이를 꼬옥 안았다. 작은 팔다리가 내 어깨와 등을 휘감고 매달린다.
나는 바르게 살아야겠다. 이 아이를 지켜야 한다. 엄마로서 부끄럽지 않아야겠다. 이 아이는 예전부터, 앞으로도 항상 나의 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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