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어른들이 귀가하면 쫓아와 270도 배꼽 인사한다.
"다녀오셨어요~"
2.
요즘 삶에 낙이 없어 아이를 연습시켰다.
"엄마가 누구라고?"
"예쁜 공주님~"
"다시 말해봐~"
"예쁜 곤주님~"
"또~"
"애쁘 곤주니~"
아들이 예쁜 목소리로 예쁜 공주님이라고 말해주면 살살 녹는다. 하도 물어봤더니 아이도 영혼 없이 대답할 때가 많긴 하지만, 건성으로 대답하는 목소리에도 마음이 풀리곤 한다. 이 아이에게 몇 년이나 더 이런 문답이 가능할까 싶어, 현재를 실컷 즐기자 주의다.
3.
오뎅 먹고 싶다 이틀 연속 말하기에, 병원 근처 생협 매장에서 사와 볶아주었다. 그런데 열이 올라 그런지 잘 안 먹는다.
"못난아!! 니가 먹고 싶다 해서 사왔잖아!!"
하며 쫓아다니다,
"못난아!! 오뎅 먹으면 못난이 아니고 람이지~"
하며 꼬시니 와서 마지못해 한 입 베어문다.
다음 날, 말을 안 듣기에 승질나 "못난아!" 외치니 대답한다.
"못난이 아니고 람이지~~ 어제 오뎅 먹어서 못난이 아니고 람이 됐잖아~~"
기억력 좋구나! 약속은 약속이라 결국 못난이라 못 부르다.
4.
폐렴과 폐렴 사이 잠시 휴지기에 식욕이 폭발했던 시기가 있다. 밤 9시 반에 밥을 달라기에 깜깜하니 내일 먹자 했다. 그러자 바닥에 누워 하는 말.
"휴~ 람이 밥을 못 먹어서 힘이 없어. 못 일어나겠어."
웃겨서 밥을 차리고 있으니 앉아 놀고 있다.
"람이 힘 났어? 밥 안 먹어도 돼?"
하니, 곧바로 다시 눕는다.
"힘이 없어~"
그리고 못 일어나는 척.
그 밤은 고봉으로 밥을 드셨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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