람이/보물과 만나다

아이의 체온.

LEEHK 2013. 9. 21. 19:02

또 40도를 향해가면 마음이 굳어져 사고가 정지.

왜 열이 내리지 않는거지. 왜 안 내리는 거지.

이 생명을 내가 책임질 수 있을까 지킬 수 있을까.

병원이라 다행이다. 덜 무서워. 덜 두렵다.

의료진이 이 상황을 알고 잘 통제하고 있겠지. 믿자.

근데 왜 또 열이 올라 안 떨어지는걸까.

항생제는 잘 작동하고 있는거겠지. 불안하다. 무섭다.

 

 

38도 대로만 떨어져도 다시 웃을 수 있다.

애들은 다 아프면서 크는거지. It's Alright

아이의 목덜미를 만지면 몇 도 쯤인지 알 수 있다.

39도 대에서 간신히 벗어났구나.

이제 이 정도는 열 같지도 않네.

이불을 덮어주는 게 좋을까? 아님 그냥 둘까.

잠이라도 잘 자서 다행이다. 얼른 나아라 아가야.

 

 

37도 대는 이제 다 나은 것 같은 착각이 든다.

뽀뽀뽀 노래를 부르며 여기저기에 뽀뽀 받을 때.

"엄마는 키가 커~ 람이는 쪼끄매~ 엄마가 도와줘~"

조그만 입으로 종알종일 말도 잘 하지.

"이거 뭐지? 람이가 만져도 돼? 이건 뭐지?"

배시시 웃으며 폴짝 뛸 때, 달려와 안길 때.

"람이는 아프잖아 이거 못 해. 엄마가 도와줘~"

부림을 이리저리 당해도 마냥 이쁘다.

얼른 나아 퇴원하자 아가야.

 

 

 

 

 

 

정말 육아는 쉽지 않다. 아이가 많이 아프면,

이러다 만에 하나 이 아이를 잃을까 너무너무 두렵다.

다 크면서 겪는 과정이라 마음을 가다듬으려

최선을 다해 노력하다가도 순식간에 무너진다.

어린 것들은 제발 아프지 말아라.

 

 

불과 반 년 만의 입원인데, 아이는 엄청 자랐다.

전에는 본인이 어디에 있는지 신경도 안 쓰고

그저 누가 옆에 있는지만 중요하게 여기더니,

이제는 여기 어딘지, 집에 가겠다며, 이건 뭐지,

많이도 묻고 주장하고, 불리하면 딴청도 피운다,

 

각종 감언이설로 아이를 설득하고 꼬시다보면,

우리 아기 람람이 많이 자랐구나 실감하게 된다.

지난 번 퇴원 후에는 급격히 말이 늘었는데,

이번에 퇴원하면 어떤 면에서 훌쩍 크려나.

엄마의 마음은 또 얼마나 성장하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