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젝 막바지도 아닌데, 이렇게 바쁜 건 처음이다. 하고 싶은 건 다 하는 게 내 주의인데, 이러다 내가 죽겠다. 혹은 하고자 하는 일들에 신경이 덜 가서 죽도 밥도 아닌 결과가 나오겠다. 결과물의 퀄리티는 내 자존심인데, 슬슬 리스크 관리를 해야하나 싶다.
8월 내 큰 건들 마무리하고, 9월부터는 새 마음 새 뜻으로 새롭게 시작하려고 덥썩 잡은 두 건이 모두 만만치 않아 어지럽다. 부분에 기여하려 했는데 보아하니 A부터 Z까지 손을 대야 할 것 같다. 일단 쫙 펼쳤다가 우선순위에 따라 가지치기를 해야겠지.
얼마 전 책을 읽다 업무 스타일 테스트를 했다. 설명만 읽을 때는 조언가, 분석가 스타일일줄 알았는데- 의외로 지배자 타입이 나왔다. 요즘 일을 만들고 여럿이 함께 뭘 만들어가는 것, 조직의 방향을 즐거운 방향으로 끌고 가는 것에 포커싱해서 생각을 하다보니 그렇게 나온 것 같다.
내 개인의 기술 역량을 키우는 것, 업무 도메인을 넓히는 것에 집중할 것인지, 주변을 둘러보고 함께 끌고 올라가는 데 집중할 것인지 역시 균형점을 잘 찾는 것이 중요하다. 둘 다 할테지만, 어느 쪽에 너무 치우치는 순간 원하지 않게 흔들려버릴 수 있다. 워킹맘으로서 육아와 회사일을 둘 다 할 수 있도록 중심을 잡으려 노력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균형이 무너지지 않을 정도의 무게중심을 온 감각을 다 동원해 찾고 적응하고 바꾸고 하는 것은 마치 모델링과 같다. 모델링 당시에는 매우 성능이 좋았지만, 외부 환경이 바뀌거나, 시장상황이 변하며, 정기적으로 리모델링을 해주어야 한다. 더 심하게는 자연재해 급 사건이 터지며, 모델이 의미가 없어지는 순간이 온다. 그렇다고 모든 것을 놓을 수도 없고, 하나만 택할 수도 없다. 폭풍우가 몰아치는 시기가 지나가길 기다리며 버티다가, 재해 복구를 하듯 다시 무게중심을 잡아야 한다. 모든 일은 트레이드 오프라는 것은, 그 최적해를 찾는 방법은 결국 휴리스틱 - 사람이 직관과 경험을 통해 시행착오를 해가며 찾아가는 것 밖에 없다는 뜻이다.
지금 정신 똑바로 차려야 한다. 점점 늘어나는 제약조건을 명확히 이해하고, 촉수를 민감하게 뻗어 나를 휘두르려 하는 힘들을 파악하고, 그 와중에 어떤 선택을 해야 내가 즐거울 수 있을 지 두뇌를 풀가동해서 고민해야 한다. 재미있는 일만 할거다. 위기는 기회다. 정신 똑바로 차리고 눈 크게 뜨고, 한 말은 다 지키며, 주도권을 가지고 현명한 선택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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