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아찾기 전단이 한 페이지씩 삽입되어 있는 글을 읽고 있다. 두 번째 읽는 글인데- 전에는 아이를 낳기 전이었는지 와 닿는 느낌이 전혀 다르다. 모든 사진 하나 하나가, 문구 하나 하나가 가슴 절절하게 아프다. 며칠 전에는 '특징:아토피성 피부로 건조한 편임.' 을 보고 순식간에 감정이입하여, 마음이 찢어질 것 같았다. 잠을 자기 어려울 정도였다.
까다로운 내 아이는 시원하게 해서 재우다 잠깐 어긋나면 기침하며 바로 감기에 걸린다. 열이 오른 아이를 위해 그럭저럭 덥지 않은 날이라 에어컨도 선풍기도 끄고 잠을 청하면 더워 땀이 나서 자극 받았는지 밤새 한 시간 간격으로 긁으며 보챈다. 하지만 또 폐렴으로 갈까봐 선뜻 에어컨을 켜지는 못하고, 새벽 내내 쪽잠을 자며 아이를 돌본다.
이 아이는 온습도 조절이 필수다. 그러다보니 잠을 푹 자지 못하는 날이 푹 자는 날보다 많다. 만져주고 쓸어주고, 물수건으로 닦아주고 보습해주고, 기저귀 갈아주며 밤낮으로 애닯게 보살펴야 아토피 영향을 덜 받으며 자라게 할 수 있다. 알러지원 음식 차단은 또 얼마나 많은 관찰과 관리가 필요한 일인가.
그런 아이를 잃어버린다면, 누가 이 아이를 감정적으로 사랑해줄까 보다- 누가 이 아이를 물리적으로 살뜰히 관리해줄까에 대한 걱정이 더 목을 조인다. 다른 아이들처럼 살게 하려면 공수가 많이 드는 이 아이가 외딴 곳에 떨어진다는 상상만 해도 숨이 막힌다. 밤새 긁을 때는 내가 옆에서 만져주어야 한단 말이지. ㅜㅜ
당장은 어려울 지 모르겠지만, 혼자서는 못 하겠지만, 언젠가 '미아찾기 시스템' 과 '미아신고 시스템'을 지도와 GPS와 SNS와 이통사 위치추적 기능을 활용해서 구축하고 싶다.
가장 기본적인 기능, 조회와 등록부터 구현하고 싶다. 지역별 시기별 미아 발생 현황 파악이 지도 UX기반으로 확인이 가능하고, 각 아동에 대한 정보 조회 및 댓글, 게시글 작성이 가능하다. 미아 발생 시 지도를 클릭하여 신고가 가능해야 한다. 아이의 보호자가 실명인증을 거쳐 등록이 가능하고, 해당 정보는 경찰이나 지자체와도 실시간 동기화하여 상호 공유한다.
아이의 사진도 여러장, 동영상도 업로드 가능하게 한다. 사진 한 장만 있는 전단지가 너무 안타까웠다. ㅜㅜ 웹이다 보니, 전단지용 신고 양식보다 길고 자세하게 올릴 수 있고, 시간이 흐름에 따라 목격자의 댓글 혹은 응원 메세지, 부모의 아이를 위한 편지 등을 게시할 수 있게 한다. (악성 스팸이나 광고 필터링을 위한 고민은 별도로 필요하다.) 가족이 아이의 흔적을 되세기며 감정을 토로할 곳도 필요하고, 그래야 조회하는 이들이 더욱 감정이입하여 열심히 찾아주려고 할 것이다. 그리고 유료 서비스 연계로- 가능하면 무료 서비스로- 하지만 퀄리티가 중요하니, 전문가에게 의뢰하기 위해 유료 옵션 가능하게 하여- 부모와 아이의 사진을 합성하여, 몇 년 전 잃어버린 아이의 현재 모습을 추정한 이미지도 게시할 수 있다.
신고가 들어온 경우 해당 지역에 해당 시점에 있었음직한 이들(사전에 정보 제공 및 연락 여부에 동의를 받아야겠지만) 에게 통보가 가도록 해서 한 번 더 해당 시점의 기억을 상기시키고 싶다. 처녀총각들은 모르겠지만, 애 엄마 아빠들은 적극 협조하지 않을까. 이 기능은 관심 있는 이들이 찾아가서 조회하는 pull system이 아니라, 미리 설정한 조건이나 기타 효율적인 로직에 기반한 push system이어야 한다.
빅데이터 이슈로 개인정보성 데이터를 쌓고 활용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던데, 만약 그게 사생활이 보호되지 않는 빅브라더 적인 결론으로 귀결된다면, 내 정보가 보호되지 않음은 물론 화가 나겠지만, 데이터 마이닝을 하는 입장에서는 쓸만한 데이터가 많을 테니 좋다. 모든 이의 위치 추적과 히스토리가 되고, 미아 발생 통보가 모든 이에게 가도록 법제화 된다면, 목격자 혹은 잠재적 범죄자에게도 연락이 갈테니, 활용 방안은 무궁무진하겠다. (하지만 그런 데이터는 쌓이고 활용되면 안된다는 게 개인적인 견해... ㅜㅜ 너무 무서운 정보인데 잘 관리하면 좋겠지만, 그게 쉽지 않을거라- 근데 이 내용은 이 글에서 벗어나는 큰 주제라 이쯤에서 패스~)
오늘 새벽에 다섯 번 넘게 깬 우리 아드님은 옆에 찰싹 달라붙어 "엄마야?"를 세 번 넘게 확인하고 동녘이 밝은 뒤에야 새근새근 잠드셨다. 이 아이를 기준으로 최근 '하고 싶고, 의미가 있고, 할 수 있을 것 같은' 일들이 생겨난다. 부모로서, 어른으로서, 해맑게 사랑받으며 자라 마땅한 아이들을 보호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싶다. 이 글에서 기술한 서비스는 수익성이 없고, 공익적인 모델이고, 개인정보 이슈 등 법적인 문제가 엮여있고, 나름 큰 시스템이기 때문에, 당장- 혼자서는 어렵겠지만- 언젠가 만들고 싶다. 다른 기관에서 만든다 해도, 참여하고 기여하고 돕고 싶다.
길 잃은 모든 아이들이 무사히 부모 품에 돌아갔으면 좋겠다. 세상 모든 아이들이 행복했으면 좋겠다. 아이들 관련된 기사들을 읽을 때는 심장부터 철렁 내려앉는다. 부디 모든 아이들이 큰 사고 없이 건강하게 자라 어른이 되면 좋겠다. 그러기 위해서, 아이들을 보호할 수 있는 사회적 시스템을 만드는 일을 하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 개발 공부, 기획 공부, 법제 공부, 그리고, 그런 전문가들을 활용하여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현업 경험 등을 더 쌓아야겠다. 십 년 안에는 시도해볼 수 있겠지? 그 안에 역량이 되는 다른 이가 먼저 해버린다면? 매우 감사한거고- 그럼 난 또 의미 있는 다른 일을 찾으면 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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