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새벽 네 시 반에서 여섯 시 사이. 반 정도는 아이와 함께 깨서 푸닥거리를 하고, 나머지 반은 몸에 베인 습관 탓에 아이가 잘 자는데도 혼자 깨서 멀뚱거린다.
안쓰러운 아이 아빠는 평일 4시 50분이면 출근 준비하러 몸을 일으키고, 단 둘이 남은 방 안에서 동녘이 밝아오는 시간 내내 아이를 돌보거나, 혼자 멍때린다. 해가 완전히 뜨면 아이는 다시 깊은 잠에 돌입한다. 녹초가 된 몸으로 잠이 오면 한두시간 더 자고, 아니면 출근해버린다.
오랫만에 주말이라 새벽 두 시 반까지 혼자 이것저것 하며 놀았다. 어김없이 네 시 반에 잠을 깨야만 하는 일이 생겼고, 다행히 한 시간 쯤 지난 뒤에 아이 아빠가 바톤터치를 하여 아이를 돌보아주어 잠시 나와 숨 돌릴 수 있었다.
마치 안부 인사처럼, 둘째를 낳을 때가 되지 않았냐고, 빨리 가지라고 사람들이 종종 물어본다. 그럴 때 "기분 나쁘게 듣지 마시구요. 저한테는 이런 질문이나 같아요. 그 쪽은 결혼 언제 하세요?" 혹은 "기분 나쁘게 듣지 마세요. 제가 알아서 할게요." 라고 대답한다. 고삼에게 공부 잘 하느냐고 묻고, 대학생에게 어디 취직할 거냐고 묻고, 직장인에게 결혼 언제하느냐 묻고, 결혼한 이에게는 애 안 낳느냐 묻고, 애 낳으면 더 안 낳느냐 묻는다. 그저 인사치례로, 가벼운 호기심에.
물론 나도 남들에게 그리 묻기도 하는 한국인인터라 크게 불쾌하지는 않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보라고 둘째 낳는 게 좋다고 설득하려는 맹목적인 몇 번만 빼면, 웃으며 대답할 수 있다. "자신 없어서요."
지금도 힘들어요. 여기서 하나 더 낳으면 간신히 찾은 제가 사라져버릴 거에요. 아이가 내게 와준 것을 진심으로 감사할 수 있을 때 낳고 싶어요. 삼 년 째, 토막 잠을 끊어 자고 있거든요. 물론 내 아이는 정말 이쁘고 제 삶의 행복이자 보람이에요. 하지만 이 아이가 육아에 쓸 제 리소스를 송두리째 점유하고 있어요.
여러 번 말하지만, 내 리소스 관리는 내가 알아서 한다. 애를 낳든, 일을 하든, 야근을 하든, 뭘 하든, 내가 치열하게 고민하며, 순간에 집중하며, 최선을 다하고 있다. 그래서 즐겁고자 그렇게 노력하는 거다. 이렇게 열심히 사는데 재미도 없다면 얼마나 허무한가. 재미있는 일만 할거다. 사람과 사람은 다르기에 섣불리 충고할 수 없다. 생각 없는 몇 명의 생각 없는 말들에 받은 상처가 가슴 일부분에 아직 남아 있지만, 그러려니 하고 살거다. 밤에 잠들어 아침까지 푹 잘 수 있는 사람들이, 두세 시간씩 끊어자는 생활을 삼 년 정도 한 나에게 무슨 조언들을 해봤자, 공감이 될 리가 없지 않은가. 나도 원래는 매일 열두 시간씩 자고, 밤새 술 마신 다음 날은 23시간도 자고 하던 사람이다. 하루 중 자는 게 제일 행복하고, 모든 욕구 중에 수면욕이 가장 크던 사람이다.
그냥... 간만에 새벽에 조금 서러워서.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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