람이/보물과 만나다

람이 846일 - 또 입원하는가. ㅜㅜ

LEEHK 2013. 6. 3. 00:08

 

 

 

 

 

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계속 고열이 오르락내리락한다. 잘 먹고 잘 놀다가도 낮잠 자고 일어나면 38.5도에서 39.2도 사이를 넘나든다. 열이 오르면 숨소리가 거칠고 몸이 뜨거운 난로 같다. 기침이 점점 심해지는 새벽녘에는 걱정이 태산이다. 고열이 5일 이상 나면 좀 위험한데- 느긋하려 노력했던 마음이 다시 조여든다. 다행히 열이 없는 시간이 더 길기에 덤덤해질 수 있었는데, 오늘처럼 외출한 뒤 돌아왔을 때 아이가 또 아팠다는 말을 들으면 숨이 턱 막히고 죄책감이 스물스물 올라온다. 아파도 엄마가 안아주고 업어주면 까르르 웃고 신나한다. 내게 꼭 안겨 잠이 든다. 작은 내 아기. 나는 이 아이를 책임질 의무와 권리와 행복이 있는 사람이다.

 

 

토요일 잠깐 혼자 두고 밥을 먹었더니 멍하니 티비를 보며 왼쪽 손목에 피를 여러 군데 내놓아서 딱지가 얹은 상처들에 박트로반과 락티케어를 발라주고, 길어진 손톱을 잘라주며, 잠깐 붙기가 무섭게 또 찢어진 귓볼을 어루만지며- 내 아이가 나를 얼마나 휘두를 수 있는 존재인가 다시금 실감하다.

 

 

"왜?" 라는 질문이 시작되고, 엄마를 실수로 세게 쳐서 마치 때린 것처럼 되어 아야!! ㅜㅜ 하면, 씨익 웃으며 "미안~" 이라고 말한다. 람이 특유의 억양과 발음이 어찌나 귀여운지 또 때려봐~ 하고 싶다. 말도 잘 하고 자기 주관도 있는데, 걀걀걀 웃으며 엄마 마음을 눈녹듯이 녹이기도 한다. 그럼에도 엄마 회사 가는 건 익숙해져서 아침에 웃으면서 잘 가라고 쿨하게 헤어지는 날이 많이 기특하고 고맙고, 또 어쩔 수 없이 미안한 마음이 든다.

 

 

 

다시 시작하는 한 주. 월요일은 아이를 보살피려 휴가를 썼다. 고열 일주일째. 부디 나았으면 좋겠는데 38.6도를 보고 부루펜을 먹여 재운 아이가, 잠든 지 한 시간이 지났는데도 38.1도인걸 보니 왠지 암담하다. 또 입원하는가. ㅜㅜ 병원살이 정말 고행길인데 또 해야 하는가. ㅜㅜ

 

 

딱히 이유와 특이 증상이 없음에도- 피로누적과 수면부족과 이런저런 면역력 약화로 인한 것인지, 나도 람이가 아프기 시작한 날부터 37.5도를 유지하며 아침마다 몸이 부서질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아이가 낫기 전에 쓰러지면 안 되는데- 람이 빨리 나아라. 엄마도 좀 맘 놓고 아파보자. 아니- 우리 부디 아프지 말고 건강하자. 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