람이/보물과 만나다

람이 680일 - 기분 좋은 아침.

LEEHK 2012. 12. 18. 09:43

오늘 어린이집에서 크리스마스 행사 하는 날이라 늦지 않게 와달라는 요청이 있었다. 요즘 아이는 아홉시 쯤 일어나 눈 뜬 모습을 보지 못하고 출근하는 게 부지기수였다. 아이가 자고 싶은 시간까지 재우는 게 좋다는 성남 어머니께서도 어린이집 요청이 있었으니 오늘만은 아이를 깨워놓고 출근하라 하셔서 자는 아이에게 큰 소리로 말을 걸었다.

 

 

 

하암~ 잘 잤다! 우리 애기도 잘 잤어요? 팬더랑 호랭이랑 하마도 잘 잤어요? 해가 떴네?? 우리 애기 큰다큰다 해줄까? 쭉쭉 커라~ 우리 애기 커라~ 사랑해~ 엄마 화장실 갈건데 우리 이기는 계속 잘건가??

 

 

 

눈 감고 엎드려 뒹굴면서 입가에 미소 띄었다가 간지럽히니 소리내어 웃었다가 다시 엎드려 눈 감고 들썩거린다. 등 위에서 손가락으로 걸어가니 뱅그르 돌아 눈을 떴다 다시 감는다. "엄마아~?" 귀여운 우리 아기, 조끼 입고 인형 세 개를 한 품에 다 끌어안고 거실로 나가 할머니께 인사한다. 화장실에 가서 출근 준비 하고 있자니 밖에서 람이 목소리가 들린다. "엄마아-?? 엄마아~?? 엄마아~?? 엄마아아아~??" 문을 열고 엄마 화장실이야~ 하니 조용해진다. 엄마의 위치를 알았으니 안심하고 노는 것 같았다. 어제는 엄마 출근할 때 쳐다보지도 않더니, 막상 엄마가 나가니까 엄마 엄마 하며 찾더란다.

옷 입으러 옷방 들어가다가 거실에서 할머니와 밥 먹는 아이와 눈이 마주쳤는데, 신이 나 들썩이며 눈빛으로 장난을 건다. 귀염둥이. 옷을 다 입고 나오니 다다다 달려와 엄마 무릎을 꼭 끌어안고 엄마의 애정어린 손길을 잔뜩 받더니 다시 멀어진다. 뽀뽀해줘~ 외쳐도 도망가는 아이를 꼭 붙들고 뽀뽀 쪽 한다. 자지러지게 웃으며 도망가는 아이. 거실과 현관 문 사이 유리문 앞에서 한참을 밀당하며 손 뽀뽀를 날린다. 엄마 갈게~ 걀걀 웃으며 "아려엉~~" 하며 거실로 사라지는 아이. 이 모든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이는 친정어머니.

 

 

 

 

오늘의 행복한 출근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