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은 상대가 원하는 타이밍에 써야 한다. 내가 원할 때 밀어붙여서 통하는 상대가 있고, 그렇지 않은 상대가 있는데, 아이는 전적으로 후자다. 아이 나름의 리듬과 시기가 있기 때문에 엄마가 원하니 지금 어떻게 하자는 것은 거의 가능하지가 않다.
밥먹고 약먹고 목욕하고 난 저녁 8시쯤 아이가 졸려하기에 평소와는 다르지만 재워볼까 하고 한 시간을 넘게 몸을 긁어주다 감정이 턱끝까지 치밀어 불을 켜고 락티로 마사지를 해주다. 다행히 동생이 람이를 이삼십분 마크해준 덕에 머리와 가슴을 식히다. 10시쯤 부터는 정말 졸려하는 것 같았지만 긁는 걸 보고도 옆에서 긁어줄 마음과 기력이 남지 않아 나쁜 엄마가 되다. 결국 11시쯤 응가 닦아주고 보습제로 마사지해주니 잠들었는데, 웅크리고 잠든 모습을 보니 또 마음이 짠하다.
내 뜻대로 되지 않는 것이 세상이지만, 내가 만들어낸 생명체가 그 중 제일이다. 아이를 기르며 실망도 좌절도 슬픔도 많이 느끼지만, 자신을 죽이고 낮추어 상대를 면밀히 살펴보는 현명함을 얻기도 하다. 사람을 읽고 판을 읽어야 내 뜻대로 뒤집을 수 있다. 고난 끝에 얻는 것이 깨달음이다. 고난 자체가 오지 않기를 항상 간절히 바라지만, 그 또한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기왕 밀려오는 파도라면 그 안에서 자잘한 삶의 진리라도 체득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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