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상념의 문서화

아침의 아버지.

LEEHK 2012. 9. 12. 09:17

아침에 몸도 안 좋고 바빠서 람이를 제대로 안아주지도 못 하고 나오는 날은 출발 직전 밍기적대게 된다. 아이가 엄마의 애정을 흡수하는 속도보다 엄마가 아이의 냄새를 흡수하는 시간이 더 느리기 때문에, 안 떨어지려던 아이가 만족하고 그만 가라고 자기 이제 밥 먹겠다고 밀어내도 놓아줄 수가 없다. 조금만 더 안아줘~ 하면서 아이 정수리의 향기를 가슴 속 깊이 빨아들인다. 그걸 지켜보는 우리 아버지는 마음이 점점 급해지신다. 웬수같은 딸래미 회사에 지각할까봐 후닥닥 양치하시고 옷 갈아입고 나오셔서 소리치신다. "데려다줄테니 빨리 나와!" 아들에 대한 어머니의 사랑 만큼이나 애틋하다는 딸에 대한 아버지의 사랑을 느끼며 아직 완충되지 않은 가족애가 순식간에 찰랑찰랑 차오른다.

항상 너보다 람이가 백만배 이쁘다. 람이만 있으면 니들 다 필요 없다. 람이가 너 어릴 때보다 훨씬 귀엽다. 말씀하시던 아버지께서 몇 주 전 "람이가 요즘 정말 정말 이뻐요!!" 라는 내 말에 스치듯 혼잣말처럼 말씀하셨다. "너 애기때가 훨씬 예뻤어. 그니까 맨날 데리고 다녔지." 다시 말해보라고 졸라도 다시는 들을 수 없는 조용한 한 마디였지만 덕분에 항상 행복하고 마음 깊은 곳이 꽉 차있다.

사랑 받고 자란 아이는 사랑을 주는 방법을 안다. 나는 부모님의 큰 사랑을 받았고, 지금도 받고 있다. 부모님은 나에게도 람이에게도 사랑을 주고 계신다. 덕분에 나도 람이에게 사랑을 많이, 최대한 바른 방법으로 주려고 노력한다. 우리 신랑과 시댁의 가풍 역시 비슷하다. 람이가 이 사랑들을 충분히 가득 받고 자라, 남을 바르게 사랑하는 아이가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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