람이/보물과 만나다

람이 527일 - 노려보다. 내일 먹자-

LEEHK 2012. 7. 19. 00:09

거실에서 놀다가 잘 시간이 되어 자고 싶으면 엄마에게 찰싹 붙어 방에 가자고 재촉한다. 짐짓 모르는 척 하며 "엄마 예쁘다예쁘다 해줘, 뽀뽀해줘~" 라고 조르면 오른 손으로 엄마 머리를 부드럽게 두어번 쓰다듬어주고는 두 손으로 엄마 얼굴을 자기 쪽으로 끌어당기고는 쪽 소리를 내며 뽀뽀해준다. 어찌나 달콤한지 모른다. 좋다 고맙다 호들갑 떨어주면 엄마한테 폭 안겨서 가슴에 얼굴을 비빈다. 요즘 자꾸 엄마 젖을 만지려 시도한다. 감촉이 부드러워 마음에 드는지 성공하면 무지 좋아한다. "엄마 부끄러워~ 만지는 건 싫어요." 하며 방어하는 손을 잡고 입에 넣길래 "물지마!" 하며 빼니, 갑자기 표정이 쌔~ 해지며 눈을 치켜뜨고 노려보다. 우와- 너 어느새 이렇게 건방지고 반항적인 표정도 짓게 되었니?? 한참을 웃자, 아이도 마주 웃다.

 

 

 

 

 

'안녕히 주무세요 뽀뽀, 인사, 빠이빠이, 하품, 코 흥, 냠냠, 람이 없다. 짠~' 을 다 끝내고 방에 들어와 문 닫고 가제수건 집고 붉은 색 배게 앞에 엄마 앉으라 손짓한다.

 

 

 

원하는대로 엄마가 오지 않으면 커다한 울음을 터트리겠다는 경고의 뜻이 분명한 표정과 소리가 나올 때. "람아 내일 먹자-" 라고 하니 신기하게도 바로 표정이 편안해지며 엄마에게 안긴다. 도닥여주며 노래 불러주니 곧 잠들다.

 

그리고 다음 날, 혹시나 싶어 같은 타이밍에 "람아 내일 먹자-" 하니 또 바로 납득하고 안겨 잠든다.

 

 

 

 

17개월 반. 배부르고, 피곤하고 졸리면, 굳이 젖을 고집하지 않는다. 크게 욕심 부리지 않는 덤덤한 아이. 식이제한을 하며 24개월까지 먹이려 하고 있는데- 상황이 이러하니 내 고집으로 억지로 수유기간을 늘리는 꼴이 되었다. 지금 단유하고자 하면 큰 무리없이 자연스럽게 진행할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아이에게 내일 먹자- 라는 공수표를 한 장 날렸으니, 삼일 째인 내일은 정말 먹여야겠다. 엄마의 말에는 신뢰의 무게감이 있어야 하니까.

 

 

 

람이는 젖 먹을 때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아이가 된다. 나도 행복한 엄마가 된다. 이제는 서로 생존과 직결된 이유로 반드시 수유를 해야하는데 것은 아니게 되었다. 아이와의 스킨십은 꼭 수유하지 않아도 풍부하게 할 수 있다. 벽장 속 발렌타인 삼십 년산이 나를 기다리고, 장난치며 먹느라 엄마 젖을 만끽하며 삼십 분 이상 먹는 람이를 보듬다보면 허리와 목이 아파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돌까지 수유하고 싶다. ㅎㅎㅎ 내 고집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