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에 깨지 않고 자는 날이 더 많아졌다. 감기에 걸려 열이 나면 울부짖으며 긁는 날도 있지만, 대부분은 순하게 잠들어 아침에 기분 좋게 일어난다. 16개월 기념으로 수유를 1회로 줄였는데, 아침 수유를 하지 않으니 오히려 푹 자는 경향이 있다. 그 전에는 해 뜨면 잠이 덜 깬 상태로 젖달라 찡찡댔는데, 이제는 그런 일 없이 잠을 충분히 잔다. 중간에 한 두번 찡찡댈 때는 "람아 기저귀 갈아줄게~" 라고 속삭이면 하늘을 보고 대자로 뻗어 기다리며 조용해진다. 기저귀 갈아주면 다시 잠든다. 엄마 옆에서 잠들었으나, 아침에는 아빠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데굴데굴 굴러다니며 만세 했다 옆으로 누웠다 엎드렸다 돌아다니며 잔다. 모로 반사 때문에 깨서 우는 예민한 아이에게 속싸개를 언제까지 해야하나 고민해던 때에 비하면 정말 양반이다.
정말 많이 먹는다. 웬만한 어른 여자의 한 끼 식사만큼 먹는다. 거의 식후 매번 응가한다. 어렵지 않게. 많은 양을 배출한다. 잘 먹고 잘 싸고 잘 잔다. 아기로서 최대의 미덕이다.
양치가 눙숙해지다. 어린이집에서도, 집에서도 보여주고 유도하고 칭찬해주니 금새 늘다. 람이의 칫솔은 여섯 개다. 이 칫솔 저 칫솔 원하는대로 쓰도록 쥐어준다.
다른 글에서 서술했다시피 땀도 늘었다. 피부도 많이 좋아졌다. 기특하고 이쁘다.
최근에 가지와 복숭아에 반응했다. 가지는 먹자마자 입가가 붉어지고 긁었다. 콜린은 뜨지 않았다. 비누로 입가를 닦고 보습해주니 시간이 지나 가라앉았다. 울긋불긋 남은 것은 재우고 나서 락티케어 발라주었다. 복숭아는 가지보다는 약한 반응으로 붉어지고 20분 뒤에 가라앉았다.
정말 감사한 것은, 두 가지 반응 모두 어린이집에서 알려주신 것이라는 것이다. 선생님께서 람이에 대해 잘 알고 계시며, 잘 대응해주시는 것에도 감사하지만, 무엇보다 감사드리는 것은, 새로운 음식을 바른 방법으로 시도하고 경과를 주의깊게 관찰하고 대처하고 알려주셨다는 것이다.
람이는 알러지 체질의 아이라, 어떤 음식에 반응할 지 모른다. 귀찮은 일이 생길지도 모르니, 아예 허용되는 것만 먹여버릴 수도 있는 일이다. 하지만 저 아이를- 식탐이 많은 아이가- 얼마나 달라고 졸라댔을까- 배제하지 않고 함께 먹여주시고, 바른 방법으로- 조금 먹여보고 잘 살펴보아 주신 점, 이는 엄마인 내가 하는 것과 같은 방법, 같은 마음, 같은 사랑이다.
반응하지 않을지도 모르는 음식을, 확률상의 위험 때문에 원천적으로 차단하지 않고- 애정으로 챙겨주시는 점, 그 사랑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정말 좋은 어린이집, 좋은 선생님을 만났다.
람이는 길쭉하니 많이 자랐다. 배도 불뚝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손 길이와 람이 허리의 가로 길이가 같다. 간혹 회사에서, 아이가 있다니 실감이 안 날 때도 있다. 처녀 시절 그대로같은데, 생각해보니 아이가 있구나- 라는 감각은, 하늘에서 뚝 하고 천사가 날아온 것 같은 생경한 기쁨을 가져다준다. - 여기서 인간이란 힘든 기억을 얼마나 잘 잊는가를 보여준다. ㅎㅎ - 작고 조그만 내 아이. 돌이 지나며 빛의 속도로 자라고 있다. 예쁘고 사랑스럽다.
17개월 돌입 기념으로 16개월 람이를 정리하고 있는데, 어느새 아이를 월 단위로 보고 있다는 걸 깨닫다. 돌 전에는 일 단위로 세다가, 지금은 월 단위, 어느 순간 연 단위로 아이의 성장을 기록하는 순간이 오겠지. ^^ 삶의 속도는 살아온 시간에 비례한다. 지금 내가 인생을 십 년 단위로 바라보듯이-
'람이 > 보물과 만나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람이 527일 - 노려보다. 내일 먹자- (0) | 2012.07.19 |
---|---|
람이 520일 - 등에 심한 땀띠. "이거"를 말하다. 일주일에 두 번 손발톱 자르기. (0) | 2012.07.15 |
람이 512일 - 물을 말하다. 엄마를 밀어내다. (0) | 2012.07.05 |
람이 511일 - 딴청을 피우다. 10.6kg, 엎드려 뻗쳐~ (0) | 2012.07.01 |
람이 510일 - 삼성교통박물관. (0) | 2012.06.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