람이/보물과 만나다

람이 493일 - 삐지다.

LEEHK 2012. 6. 13. 23:43

요즘 가장 행복한 시간- 자기 직전, 셋이 나란히 이불에 누워 대화하고 만지고 안아주고 노래하고 뽀뽀하고 웃고 쓰다듬는다.

한 시간 정도 지나면 셋 다 졸려지는데, 앉았다 누웠다 하던 람이가 하품을 하며 손목을 긁었다. 정말 가려운 게 아니라 습관성, 짜증성으로 긁을 때는 찰싹 살짝 긁는 손을 때리면 효과적이기 때문에 이번에도 그렇게 했더니 람이의 아랫 입술이 실룩거린다. 위로 솟은 합집합 기호 입모양을 하고 눈에 원망을 담은채 양 손으로 본인의 허벅지를 내리치고, 두 손바닥을 부딪친다. 그런 반응은 처음 보는지라 신랑이랑 한참 웃었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소리 없이 눈물이 줄줄즐 흘리고 있는 것이었다. 놀라고 웃기고 짠해서 "엄마가 사랑해. 이리 와. 안아줄게-" 하며 팔 벌리니 다가와 안기고 금새 다시 웃었다. 그 뒤로도 눈 동그랗게 뜨고 하품도 하며 아빠와 엄마 사이에서 왔다갔다하다 결국 오늘도 아빠를 선택해 잠들었다. 덕분에 자유인 엄마는 무거운 눈꺼풀을 들어올리며 이 글을 쓰고 있다. 오늘 람이의 삐쭉거리는 입 모양, 나 화났다고 표시하며 내리치던 손동작이 정말 귀여워서 자꾸 떠오른다. 소리내어 엉엉 우는 것 말고, 소리 없이 삐쭉이며 눈물 흘리고 토라진 표시를 낼 줄도, 그런 감정을 가질 수도 표현할 수도 있게 된 내 아기가 너무나도 기특하고 신기하고 재미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