람이/보물과 만나다

람이 15개월 - 수유 1회, 땀에 흥건히 젖는 머리, 꿀람

LEEHK 2012. 6. 7. 09:49

말을 다 알아 듣는다.

"람이가 좋아할만한 것 가져왔는데-" 라는 말을 듣자마자 아빠에게 다가가 양손을 부딪치며 주세요 독촉한다. 단어가 아닌 문장 단위를 인식한다는 증거이다.

 

앞니가 누래진 것 같아 수유 패턴을 바꾸기로 했다. 겨울에는 "해 뜨면 젖 줄게."가 8시쯤. 일어나서 수유하고 하루가 시작된다는 의미였는데, 여름이 되니 해가 점점 짧아진다. 5시 반쯤 일어나 눈도 안 뜨고 수유할 때 엄마가 기대는 베개와 훤한 창밖을 번갈아 가리키며 찡찡댄다. 해 떴으니 젖 내놓으라는 의미다. 허리가 끊어질 것 같은 상태로 앉아 수유하다 람이가 잠들면 그대로 눕히고 나도 쓰러져 함께 눕는다. 의도치않은 밤중수유가 되는 것이다. 저녁에도 목욕 후 수유하다 잠든 람이를 그냥 재워버렸다. 할 일도 많고 피곤하다는 핑계로 아이의 치아 관리에 소홀했다. 반성을 하며 수유 패턴을 바꾸기로 했다.

 

저녁에는 수유하다 잠들려는 아이에게 호들갑을 떨고 놀아주며 깨운다. 10시 넘어 잠든다는 단점이 있긴 하지만 가재수건으로 닦거나 물 몇 모금을 먹이고 다시 재울 수 있다.

아침에는 안 먹이기로 했다. 이틀 울부짖는 아이 앞에서 자는 척 하다가,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 설명을 했다. "이제 아침에는 안 먹을거야- 저녁에 많이 먹어-" 그랬더니 정말 다음 아침에 젖을 안 찾는다. 바로 다음 아침에! 일어나 밥 달라고 한다.

항상 느끼는 것이지만, 아이의 패턴을 바꾸기는 참 쉽다. 아이는 부모의 말을 참 잘 따른다. 길게는 일주일 정도 울고 잠 못 자고 고생하기는 하지만, 그 정도만 참으면 된다. 그래서 아기의 버릇을 잘 들이고자 신생아 때부터 고생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덜 힘들게 몇 달 살다가 때에 맞춰 또 바꾸면 되니까.

 

수유 시간은 아침 저녁 매번 쭈욱 10분씩이었는데, 저녁에만 먹이게 되면서 20분 정도로 늘었다. 먹다 말다 장난치며 수유가 정말 아이와의 정서적인 교감의 장이 된 느낌이다. 영양 공급의 의미는 매우 작아졌다. 람이는 정말 많이 먹는다. 웬만한 여성동무들보다 많이 먹는다. 세 끼 밥 한 두그릇식 뚝딱하고, 수시로 감자, 과일, 죽, 당근 등을 간식으로 먹는다. 부엌을 가리키며 찡찡댈 때 물어보면 먹을 것 달라는 의미다. 한동안 아프면서 못 먹어 빠진 살을 보충하는 의미이자, 수유량이 줄어 허한 마음을 달래려 하는 것이 아닐까 추측한다. 남자 아이 둘 이상 있으면 식비 대기 빠듯하다던데, 그 의미를 이제 이해한다. 람이 먹는 것 정말 장난 아니다. 배만 볼록 나와서 정말 웃기고 귀엽다. 람이 아빠가 별명도 붙였다. 꿀람, 돼람. ^^

 

 

 

일주일 쯤 전부터 뒷머리와 등이 흥건히 젖을 정도로 땀을 흘린다. 울거나, 잠든 직후에 주로 그렇다. 다른 아이들은 신생아 시절부터 짱구배게가 축축할 정도로 땀이 난다고 하던데 람이는 단 한번도 그런 적이 없다. 땀을 흘리지 못 한다는 문제는 열의 체외 배출 과정이 어렵다는 이야기이고, 그래서 람이 피부에 발진이 올라오는 것이 아니냐는 이야기를 종종 했었는데, 땀을 흘리게 된 최근에는 피부 상태가 매우 좋다. 졸리고 짜증날 때 습관성으로 신체를 굵기는 하는데, 매정한 엄마가 긁는 손을 찰싹 때리면 '그럼 말구~' 하는 분위기로 긁는 걸 멈춘다. 한창 심할 때는 엄마가 때리든 꼬집든 무표정한 얼굴로 살을 쥐어뜯는 것에 비하면 정말 좋아진 것이다.

거의 반 년 이상 찢어져있던 귓볼도 약 없이 상태가 호전되는 것을 보았다. 그간 락티케어도 안 들어 심해지려는 상황에만 주1~2회 리도맥스를 발라 살을 붙여놓고, 다시 찢어지고 반복이었는데, 며칠 전에는 아침에 붉게 찢어지기 시작한 부위가 저녁에는 갈색으로 아물어가고 있는 모습을 보았다.

여름이 다가와 습도가 높아지며 상태가 좋아지는 것이자 개월수가 올라가며 피부가 강해지고 있다는 증거이리라.

 

 

 

소망이 있다면, 저 식탐 심한 아이가 다른 아이들이 먹는 것을 탐내며 울부짖지 않도록- 어서 음식 알러지가 소실되었으면 하는 것이 있다.

요즘 람이는 정말 너무나도 엄청나게 무지하게 귀엽고 이뻐서 온 가족이 정신을 못 차리게 된다. 신랑과 서로 변명한다. 당신을 정말 사랑하지만, 람이를 사랑하는 것은 당신을 사랑하는 것과 의미가 조금 달라. 아이가 정말 많이 예쁘고 사랑스러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