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다시 회사가는 날이 올까 싶었던 15개월이 끝났다. 100일은 울었고, 5개월은 괴로웠고, 10개월은 견디며 시간을 보내는 방법을 배웠다. 1년 만에 인간으로 돌아왔고, 그 후 15개월까지는 람이 감기만 제외하면 아이가 너무나 이쁘고 행복한 시간이었다.
결혼식 전 날, 침대에 누워 내 방에서 자는 마지막 밤이라고 생각하니 아쉽고, 하지만 결혼식 뒤에도 행복할 거란 생각에 설레이기도 했다. 육아휴직 마지막 날 밤의 기분이 그러했다. 시원하고 섭섭하다. 시원섭섭하다.
아이의 예쁜 시간을 밀착해서 보지 못 하게 됨에 대한 아쉬움, 하지만 드디어 내 시간을 갖게 된다는 사실에 대한 설레임과 두근거림. 직장인의 타이틀을 다시 달 수 있게 됨에 대한 안도.
감사하게도 친정 부모님께서 람이를 매우 사랑하셔서 육아의 도움을 받을 수 있고, 의사소통이 잘 되는 좋은 어린이집을 만나 보육의 한 축을 나눌 수 있다. 신랑이 관리자급 진급 직전 마지막 해라 휴가를 쓰는 데 부담이 덜 하다. 그리고 필요시 내가 휴가를 내어 람이를 돌볼 수도 있다. 출근시간이 늦어, 아침에 람이가 여유롭게 밥도 먹고 씻고 보습하고 놀며 어린이집 가는 준비 하도록 돌보아줄 수 있다.
15개월간 매일 엄마와 함께 잠들고, 수시로 어른들이 안아주고 먹여주고 놀아주어 안정적인 애착관계가 형성되었다. 람이는 엄마가 외출하고, 어린이집에 맡겨도 대수롭지 않게 헤어지고 웃으며 다시 만난다. 어딜 가든 본인은 사랑 받으며, 모든 어른들은 친근하고 좋다고 생각한다.
피부 발진과 가려움도 종종 있지만, 필요시 스테로이드 연고를 사용하고 항히스타민제제도 먹이며, 람이의 생활에 불편함이 없도록 하고 있다. 음식 알러지 역시, 철저히 관리하며 제어하니 두드러기도 생기지 않는다. 아토피는 무서운 것이 아니라 그저 조금 불편한 것일 뿐이다. 람이가 자라며 피부와 면역력이 강해지면서 평소에는 별로 신경도 쓰이지 않는다. 물론 힘든 밤도 있지만, 드물고 람이가 사랑스러워서 괜찮다.
육아휴직 15개월을 꽉 채워 보냈다. 람이를 위해서도 꼭 필요한 시간이었고, 나에게도 정말 소중한 시간이었다. 예쁘게 웃으며 아장아장 걸어와 엄마의 무릎을 끌어안는 아기를 갖기 위해서는 많은 인내와 노력이 필요하다. 인고의 시간을 보내고 난 뒤 아이가 부모에게 주는 감정적 보상은 상상을 초월한다. 세상에 이보다 더 큰 행복이 있으랴. 아이 낳기 전의 세상은 sin그래프지만 아이를 낳은 후의 삶은 tan그래프다. 평균은 같지만, 깊이가 다르다. 그것을 알 수 있게 되어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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