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람이 병원 태워다주시고 집에 와서
람이 아침 먹이고 놀아주시다가
내 안과 검진 가는 길에 중간에 내려주시고
가시는 길에 아부지 차 접촉사고가 나다.
쿵 하는 소리와 떨어져나간 범퍼.
아... 옆에 있고 싶었지만 빨리 가라고
떠미는 아버지 마음에 일단 버스를 탔다.
유럽 가 있는 신랑, 일 하는 동생,
집에서 람이 보시는 어머니 어디에다
지금 말 해봤자 이 불안만 전이할 뿐
도움되지 않으니 혼자 참아보는데.
심장이 두근거리고 갑갑하다.
뭐 이번 주 내내 이러냐...
아무리 결혼해서 가정을 이루고 아이가 있어도
혼자 마음을 굳건히 하는 건 정말 힘들구나.
삼종지도. 아버지, 남편, 아들을 믿고 따르는 여자.
나는 여자 여자 여자로구나-
아버지- 울 아부지-
내가 결혼하고 애를 낳아도
아부지의 딸을 그 품 안에서 든든히 지켜주시는 울 아부지-
부디 건강하게 제 옆에 오래오래 계세요.
대략 큰 사고는 아닌 것 같은데
눈 앞에서 아부지가 큰 사고가 날 뻔 했다는
사실이 너무 속상하고 두렵다.
결혼을 하며 아버지에게서 마음이 독립했었는데
친정에 들어가 살며 육아와 생활에 도움을
받으며 또다시 많이 기대게 되었나보다.
아니,
평생 아버지에게 의지하지 않고 살 수 있긴 할까?
어머니에게도 마찬가지다.
그렇게 따지면 동생과 신랑, 람이,
시어머니, 시아버지, 시누, 아주버님.
내 가족 모두.
제발 부디 건강하시기를.
나도 건강하고 몸 챙기며 살아야겠다.
나보다 내 가족을 위해서.
그리고, 아- 아부지- 제발. 건강히.
옆에서 나 많이 지켜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