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흘간 해외출장 가신다.
작년에 출장 예정이 잡혔을 때는 가면 죽어버린다고 협박했었다. 정말 힘들었으니까. 마음의 여유도 없고, 신랑 없이 람이와 둘이 버틸 자신이 없었다. 몸적으로나, 심적으로나. 그래서 신랑도 회사에서 못 간다고 버티고 결국 그 출장 자체가 다른 사정으로 무산되는 해피한 결과를 맞이했지만, 직장인이 가정 사정으로 공적인 업무를 못 하겠다 버티는 게 얼마나 어렵고 하면 안 되는 일인지 알기에, 못 가게 잡고 버티면서도 그런 내가 너무 한심하고 비참했었다.
올해 또 출장 얘기가 나왔는데, 웃으며 면세점 쇼핑 가자고 했다. 아이를 성남 집에 맡기고 둘이 나가 선그라스와 지갑, 람이에게 항상 많은 걸 주는 람이 고모에의 깜짝 선물 루이비통 에바클러치도 구매하며 즐겼다. 물론 열흘간 신랑을 못 본다는 사실이, 그 열흘간 람이는 또 얼마나 비약적인 성장을 할 것이며 그 모습을 아이의 아버지가 보지 못 한다는 사실이 많이 아쉽지만, 신랑 없이 람이와 둘이 버티지 못할 자신이 없다는 않다. 아쉬워하며 가볍게 웃으며 보낼 수 있다. 전처럼 죽어버린다고 것 같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이것은 돌 전 아기를 둔 초보 엄마의 불안함과 돌 지난 아이를 둔 2년차 엄마의 익숙함의 차이라고 볼 수 있다.
어찌되었던. 부디 조심히 다녀오시길. 아이와 집에서 잘 지내고 있을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