람이/보물과 만나다

코 못 푸는 아기 코막힘 대처.

LEEHK 2012. 3. 25. 23:16

어른이라면 몇 번 흥! 하고 코 풀고 가래 뱉어 배출하였을 체내 격렬한 싸움의 잔해들을, 아기는 자의로 배출하지 못 한다. 그저 줄줄 누런 코를 끊임없이 조금씩 흘릴 뿐이다.

 

열감기가 지나간 지 삼 일, 누런 코와 가래가 목 뒤로 코 뒤로 넘어가 호흡도 제대로 못 하고 드르렁 거리는 가래소리에 내 숨이 더 막히는 기분, 대책이 필요하다.

 

 

대략 알고 있는 방법은

1. 액체를 몇 방울 흘러넣어 (생리식염수, 피지오머 등) 코를 불린다.

2. 콧물을 흡입한다. (약국의 뻥코, 소아과의 콧물 흡입기, 엄마가 입으로^^;;)

 

 

 

나는 입으로 했다. 반드시 한 쪽 코를 막고 다른 쪽 코만 빨아야 하고, 엄마는 꼼꼼하게 양치를 한 뒤에 시행한다. "훅!" 하고 입 안으로 콧물인지 가래인지 덩어리들이 들어온다. 몇 몇은 더럽다고 기피하지만, 람이 똥도 손으로 만지는 나는 처녀 적 제 삼세계 배낭여행을 즐긴 만큼, 그다지 깔끔에 대한 강박관념이 없는지라 뭐 괜찮다. 뻥코는 기구라 왠지 꺼려지고, 소아과 기구를 람이가 좋아할런지, 추운데 외출도 피하고자 했다.

 

 

람이에게 말로 충분히 엄마가 하려는 행동을 설명하고 시작하면 가만히 있는다. 이럴 때마다 놀라운 건, 아이는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많은 것을 알아듣는 것 같다.

 

코 안을 소독된 면봉으로 살살 긁어 콧물을 꺼내면 간지러움지 람이는 재채기를 한다. 재채기는 아이가 뒤로 넘어간 콧물 가래 덩어리를 스스로의 힘으로 배출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다. 재채기 후 길게 나온 것은 한 쪽씩 입으로 빨아들이면 제거 완료. 덕분에 이 밤 람이는 숨소리가 어제보다 편안하다.

 

 

 

유일한 단점이라면, 병균의 직격탄을 맞은 엄마의 목에도 감기가 온다는 것 뿐이다. 막상 같은 증상을 겪고 나서야 람이의 증상에 대해 정확히 이해할 수 있었다. 열은 없어도 이렇게 목이 부어 아팠구나. 침 삼킬 때도 아픈데 시원한 물을 주니 그걸 먹었을리가 없다. 밥도 2/3 정도만 먹은 이유가 있구나. 숨도 못 쉬면서 엄마 젖을 찾은 것은 심리적인 안정도 있지만, 따뜻한 액체라서구나.

물을 따뜻미지근하게 하여 보냉 빨대컵에 넣어놓으니 새벽에 잘 마시고 잘 잔다. 아이의 증세는 엄마가 겪어보는 게 이렇게 중요할 때도 있구나.

 

 

마치 뱀에 물린 전우의 상처에 입을 대고 독을 빨아내어 구했지만, 대신 중독된 옛날 이야기 주인공이 된 기분이랄까. 람이는 숨을 잘 쉬고 잘 자서 참 기쁜데, 내 목은 많이 아프다. 으으. 내일 아침에 또 피 나오겠는걸-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