람이/보물과 만나다

람이 413일 - 지름 1센티 콜린.

LEEHK 2012. 3. 25. 18:04

 

 

 

지금까지 만난 콜린은 대부분 지름이 3미리 이하의 것들로, 한 두개는 람이가 별 느낌이 없는 것 같았고, 일고여덟개가 넘어가면 가렵고 괴로워했다. 후자를 나는 급성두드러기라고 칭하는데, 원인불명의 급성두드러기는 10개월 무렵 4주 연속 발생 이후 다시 생긴 적은 없다. 원인이 분명한 두드러기는 돌에 생우유 한 티스푼에 입가에 솟은 식품알러지 한 번이었다.

 

아이가 자각하지 못하는 콜린 한 두개는 한 달에 두어번 뜨는데, 원인을 찾기가 어렵다. 분명히 원인을 알 수 있었던 삼촌 방의 중국제 새 탁상시계의 볼 접촉 콜린 이외에는 그저 추정만 할 뿐이다. 새 장난감이라던지, 공기라던지, 음식 냄새라던지, 평소에는 괜찮다가도 갑자기 반응하는 경우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알기 어렵고 원인을 찾는 것이 무의미해지기도 한다.

 

 

알면서도 막상 콜린을 보면 허탈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람이가 낮에 찡징대며 자꾸 이리 가자 저리 가자 보채다가 자는 방을 가리키기에 데리고 들어가 배 위에 눕혀 안고 맨 살을 손바닥으로 살살 쓸어주었다. 람이는 조용해지고 잠이 오는 것 같아 다행이다 싶었는데 손끝에 두툼한 발진이 잡히는 거다. 혹시나 싶어 내려 눕히고 등을 보니 지름 1센티 가량의 콜린이 두 개 보였다. 심장이 덜컥, 머리는 쌩쌩~ 돌아가기 시작했다.

 

점심에 람이 밥이 덜 된 상태라 어른 밥솥에서 잡곡밥을 퍼서 물에 말아 주었는데, 피해서 펐지만 알밤이 콕콕 박혀있던 옆이라 혹시 견과류 알러지인가- 아니 음식 알러지라면 입가에 떴을텐데, 왜지- 감기 5일째라 컨디션이 좋지 않아서 그런건가. 역치값이 낮아진거라 원인은 못 찾는건가.

 

신랑이 유시락스 3cc를 챙겨오는 동안 사진을 찍으며 숱한 생각이 떠올랐다. 람이는 조용히 엎드려 있었다. 이럴 애가 아닌데 피곤한가- 콜린이 뜬 걸 느끼지는 못 하는 것 같아 다행이다- 먹성 좋은 람이는 약도 수저에 주니 맛있게 쩝쩝 먹다. 단 걸 먹어 그런지 기분이 좋아져서는 신나게 놀기 시작하다. 문득 보니 이마에 솟은 지름 3미리 가량의 콜린 하나 더-

 

 

10여 분 뒤에 콜린 세 개 모두 가라앉았다. 람이는 신경 안 쓰고 잘 놀았고 낮잠도 잘 자고 밥도 잘 먹었다. 그저 나만 답답할 뿐.

 

아토피와 음식 알러지, 콜린성 두드러기 모두 일상에 큰 지장을 주지 않는, 다소 불편한 요소일 뿐이다. 그나마 금새 일상으로 돌아올 수 있는 약- 스테로이드 연고와 항히스타민제제도 상비되어 있다. 마음을 달래고, 제 자리에 서서 걷는 시도를 하며 예쁘게 웃는 람이를 바라보며, 복잡한 생각을 정리하다.

 

오늘은 급성 두드러기도 아니었고, 람이가 괴로워하지도 않았는걸. 괜찮다- 괜찮다- 자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