람이/보물과 만나다

람이 어린이집 적응 프로그램 종료.

LEEHK 2012. 4. 2. 15:05

 

 

 

 

 

 

 

 

 

 

 

 

 

 

 

 

첫 주는 1시간 반 - 엄마랑 같이.

둘째 주는 1시간 반 - 람이 혼자

셋째 주는 3시간 - 점심 먹기

넷째 주는 6시간 - 점심 먹고 낮잠 자기.

 

그리고 오늘이 두 번째 달의 첫 날이다. 3시쯤 낮잠에서 일어나고 3시 반에 오후 간식 먹으니, 3시 45분쯤 데리고 오려고 어린이집 근처에 나와 있다.

 

 

정말 마음이 이상하다. 이것은 생경함, 낯섬이지 서운함, 죄책감과는 거리가 멀다. 람이를 내내 옆에 끼고 시간을 보내다가 믿을 만한 어린이집을 운 좋게 만나 낮 시간 동안의 보육을 맡기고 있다. 낙타가 바늘구멍을 뚫기보다 어렵다는 국공립 어린이집, 아이가 고등학생이라는 프로페셔널한 선생님 두 분과 한 교실에 여섯 명의 만 0세반 아이들, 많은 장난감과 배변을 바로 물로 씻어주시는 씽크대, 보습크림과 개인물품을 분명히 나누어 보관하는 사물함, 동네에서 최고의 환경임이 분명하다. 운 좋게 3월 입학 시즌에 입소하여, 한 달 간의 적응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었다. 생일이 빠른 덕에 만 0세 반이지만 돌이 지나 입소할 수 있었다. 집에서도 가깝고, 정말 행운이다라는 말로 밖에 표현할 수 없다.

 

 

그래도 마음이 이상하다. 내가 어차피 복직하면, 친정 어머니께서 아침에 데려다주고 오후에 데리고와서 살뜰히 보살펴주실테고. 람이는 워낙 대가족 속에서 큰 아이라 낯가림 없이 한 번 울지도 않고 적응 잘 했다. 아침에 어린이집 가자면 옷 입기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고 담임 선생님에게 두 팔 벌려 안기며, 엄마는 소 닭보듯 하며 대충 손 흔들어 인사하고는 어서 교실 가자고 손짓한다. 하원할 때는 방긋 웃으며 엄마에게 폭 안기고 선생님께 대충 빠이빠이한다. 담임 선생님이 알림장을 잘 써주셔서 마치 교환일기 같은 재미가 있다.

 

 

 

 

하지만 마음이 이상하다.

 

 

덕배를 잃어버릴까봐 초조하게 품고 있던 열 달, 영아산통과 아토피 산후우울증에 너무나 육아가 힘겨웠던 일 년, 람이를 몸에서 떨어뜨리지 않고 안고 부여잡고 살아온 시간이 2년이 되어간다. 훌훌 자유롭게 살았던 이화경을 잊고, 덕배 엄마로 람이 엄마로 살아왔다.

그러다 이제. 아침 9시 반부터 오후 3~4시까지 떨어지게 된다. 그러니, 마음이 이상하다.

 

 

 

친구의 회사 앞으로 가서 같이 점심을 먹을 약속을 잡고, 미뤄왔던 병원 진료를 예약한다. 복직 전 한 달, 여유롭게 행운을 즐기면 참 좋겠지만, 부질없게도 마음이 이상하다. 람이를 이렇게 낮에 기관에 긴 시간 맡겨도 되는건가? 전업주부이면서 전업주부가 아닌 애매한 상황의 애매한 기분이다. 람이가 어린이집에 가 있는 동안 미뤄왔던 청소를 하고 짐 정리를 하고, 람이 음식을 만들고 은행 볼 일을 보다. 그래도 불현듯 드는 생각- 나 이래도 되나?

 

 

 

하지만 하나 확실한 건, 나는 보육 체질은 아니다. 람이가 어린이집에 가 있으면 보고싶고 안쓰럽지만, 막상 데리고 오면 힘들다...;;;;;; 오히려 어린이집에서 람이가 신나게 놀고 오고, 집에서도 에너지를 비축한 가족들이 신나게 놀아주니 람이에게는 더 좋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걱정했던 아토피와 음식 알러지는, 선생님들이 이해와 협조를 해 주신 덕에, 보습도 잘 해주시고 음식 제한 및 대체음식 도시락도 잘 먹여주신다. 어린이집 보내면 매일 밤 스테를 써야하는 일이 생길 것 같아 각오했는데, 집에서 지내는 것과 큰 차이가 없었다. 정말 다행이고 감사한다.

단, 감기는 좀 오래간다. 열은 하루, 콧물은 열흘, 항생제 2종류 4일씩 먹였다. 아직 모유수유 중이라 엄마의 면역력에 보호 받아 덜 아픈거라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다.

 

사진은 어린이집 선생님들이 찍어 카페에 올려주신 것들 중 마음에 드는 람이 모습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