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일에는 회사에 가서 팀 사람들과 밥을 먹고, 보고팠던 사람들과 눈도장을 찍었다. 짧은 시간 내에 이곳 저곳을 누비느라 4~6층을 뛰어다니며 신이 나 있었다. 같은 날 저녁에는 람이를 저렇게 키워야지 싶은 친구를 만나 평생을 배우고 공부하는 타의 모범이 되는 모습에 자극을 받고 돌아왔다.
금요일에는 육아휴직 선배이자 항상 살뜰히 챙겨주는 가족 같은 직장 동료를 만나 출산 육아 및 공백 기간 동안 회사에 있었던 일을 자세히 듣고 때론 웃으며 때론 눈물 지으며 삼십 분 같은 세 시간을 아쉽게 보냈다. 군필자들이 군대 얘기로 밤을 셀 수 있듯이, 엄마들은 아이 이야기로 밤을 셀 수 있다. 람이 돌 선물도 받았다. :)
토요일에는 지금은 같은 직장은 아니지만, 계속 함께 생활하고 싶었던 동료를 만났다. 배울 점이 많고 즐겁고 공감대가 쉽게 형성되는 보기드문 지인이다. 황송스럽게도 집 근처에 와 주신데다 람이 키우느라 고생했다며 꽃다발에 람이 돌 선물까지 받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기뻤던 건, 대화 속에서 살아 있는 나를 느낄 수 있었던 것이다. 그저 집 안에 박제처럼 살던 지난 일 년의 시간 동안은 느끼가 어려웠던 감정이다. 존중하는 사람이, 나와 함께 했던 기간을 높이 평가해주는 것은 큰 기쁨이다. 유머 넘치는 대화가 쌓인 욕구를 달래 준 것은 물론이다.
돌 전 아기를 키우는 것은 희생의 시간이다. 특히 아기가 아플 때는 우울과 죄책감에 휩싸여 나를 놓을 수 밖에 없다. 내가 없고 람이 엄마만 있던 지난 일 년 간의 시간이 지나가고 있다. 람이도 나아져 마음의 여유가 생기고, 수유 간격이 늘어나 자유 시간을 얻었다. 아이와 떨어져 있는 시간, 홀로 있는 시간에 그녀가 나를 부르고, 나는 다시 내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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