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상념의 문서화

명품 가방.

LEEHK 2012. 1. 9. 01:17

신랑은 계속 샤넬백을 사주겠다고 한다. 회사 직장 동료들이 루이비통 같은 건 너무 흔하다고 샤넬이 임팩트가 있다고 뽐뿌질을 했단다.

나는 계속 거절하고 있다. 비록 신랑이 모은 비자금 용돈이라 가정 경제에 무리가 없다고 해도 삼사백을 가방 따위의 소모품에 소비하고 싶지 않다. 사실 조금 끌려긴 하지만 못 하겠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건 아니다.

 

하지만 최근, 아이가 어린이집 상담을 갈 때 엄마가 무슨 가방을 들고 오나 보고 그걸로 아이에 대한 대우가 달라지기도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엄청 흔들렸다. 15개월 아토피 아기를 어린이집에 맡겨야 하는 엄마 입장에서는 치맛바람을 흔들어서라도 잘 봐주십사 부탁을 해야 하는 것이다. 벌써 복직 시 선생님들에게 돌릴 선물도 고민 끝에 정해놓았을 정도다. 우리 람이에게 세심한 손길이 간다면 까짓 몇 백 따위 쓸 수 있다. 이런 멍청한 생각을 하게 되다니 엄마가 된다는 건 참 재미있는 일이다.

 

 

 

한 시간 정도 명품 가방 추천으로 검색해서 열심히 읽었다. 결혼할 때 받은 까만 토드백, 람이 낳았을 때 고생했다고 며느리 사랑 시아버님이 사주신 숄더백 모두 내 돈으로는 죽어도 못 샀을 가격인데, 그것들은 쨉도 안 된다. 거기다 그것들이 3초백, 길을 걷다보면 3초 마다 보인다고 하니 참 이 나라가 어디로 가는 지 모르겠다. 고 생각하는 건 내가 가방에 취미가 없어서일 것이다.

한참 구경하다보니, 양가 어머님께 백오십 정도 예산으로 명품 가방 하나씩 사드리는 게 어떠하냐는 주제로 신랑과 토론을 했고, 그렇게 하기로 했다. 언제나 우리의 이야기는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결론이 나기 마련이니까.

양가 어머님께 5부 다이아 반지를 해 드린 게 2년 전, 다음에는 아버님들도 해드리자고 했었는데 이번에도 역시 어머님들을 챙겨드리게 된다. 고가의 물품은 여성들을 위한 소비가 조금 다 보편적이라 그렇겠지만, 좀 너무한가 싶기도 하다. 아버님들께는 비싼 벨트나 하나씩 해드려야겠다. 그리고 나의 명품 가방은, 람이 학교 들어갈 즈음에 다시 고민해보기로 했다. 그 땐 정말 제대로 된 치맛바람이 필요할지도 모르니.

' > 상념의 문서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

혼자 명동.   (0) 2012.01.16
소비가 많은 년초.   (0) 2012.01.14
2011 정리.   (0) 2011.12.30
또 다시 여행 기회 포기.   (0) 2011.12.25
메리 크리스마스~  (0) 2011.12.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