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유수유는 참 어려웠다.
초산은 젖이 늦게 돌아
산부인과 입원실 이틀밤 배고픈지
한 시간마다 울어재끼는 아기.
책에는 며칠 굶어도 된다고 써 있었는데
그 며칠간 애가 죽어라 운다고는
알려주지 않았다.
탈수증 온다고 결국 분유를 물릴 때
그 패배감.
모든 이들의 한 마디가 모두
날 비난하는 것 처럼 들릴 때.
곤두서서는 변명을 중얼거리던 비참함.
젖이 돌고 초유를 눈으로 확인하고
먹일 때의 뿌듯함.
조리원에서도 직수하려고 애를 애를
쓰던 순간.
가슴이 딱딱해져도 원래 그러려니
많이 나오는 것에 뿌듯해 했다.
모든 모유수유 가이드가 젖량 늘리는 데에
맞춰져있다.
하다못해 전문가라는 오케타니
사람들도 젖량 많아 고생이라는데
양쪽 번갈아 먹이라는 헛소리.
한 쪽 10분도 안 되어 그만 먹는데
그럼 안된다고 양쪽 번갈아 먹이라고
무지한 오케타니 전문가.
억지로 깨워서라도 더 먹이라고 해서
초보는 그대로 시도했다
애는 과식에 분수토.
젖량 더 늘고 가슴은 멍울지고
40도 가까이 치솟은 젖몸살에 통증까지.
워낙 쏘니까 배고프고 우는 주제에
악을 쓰고 젖물기를 거부하는 아기,
그렇다고 젖병도 물지 않고.
잠결에 먹이려 타이밍 노리고
풋볼자세 병행하며 온갖 고민을 했다.
공기를 하도 많이 삼켜 뱃속에 가스가 차
영아산통에 악을 쓰고 우는 람이.
새벽에 트림시키려 잠도 제대로 못 잤다.
과식 방지를 위해 수유할 때마다
젖을 삼키는 횟수를 세어
170회 내외에서 그만 먹였다.
람이가 금새 다시 젖을 찾지도 않으면서
토하지도 않는 그 수치를 찾을 때까지
시행착오도 많이 겪었다.
젖 먹일 때는 숫자 세는 것이
햇갈릴까 온 가족이 조용히 있어야 했고
수유시간 수유간격 삼킨횟수
꼼꼼히 기록해 매일 밤 연구했다.
젖량 줄이려고 한참을 고생했다.
한 번에 한 쪽만 먹여야 한다.
절대로 유축하면 안 되고
아파도 살짝만 짜내야 한다.
몸은 빼는 만큼 다시 생산한다.
얼음팩도 대어보고
양배추잎도 냉동실에 넣었다가 붙여봤다.
수유패드는 매번 젖어 갈고 또 갈았다.
백일 이전에는 울기도 많이 울었다.
백일 지나니 젖량이 그럭저럭 맞춰지고
아기는 쏘는 젖에 더이상 울지 않는다.
그저 잠시 뱉었다 다시 물 뿐.
가슴이 딱딱해져도 적당히 처리할 수 있는
요령이 붙었다.
아토피 진단 후에 충격과 스트레스로 인한
일이주 정도 급격한 젖량 감소 시기를
겪고 나서 안정되는가 했으나
다시 쏘기 시작하는 가슴.
다행히 조금 큰 람이가
전보다 잘 받아먹는다.
쏴도 울지 않고, 굳이 트림시키지 않아도
혼자 트림할 정도로 속이 많이 여물었다.
모유수유 하느라 식이조절 하기 힘들고
수유간격 때문에 멀리 외출도 못 하지만
그래도 모유수유의 기쁨이란,
말똥말똥한 눈으로 젖을 물다가
점점 흰자가 많아져 스르르 잠이 들면서도
계속 오물오물 빨아먹는 아기의
한없이 평온한 표정을 보는 순간이다.
보채는 모습이 미워 궁디팡팡 하더라도
수유를 하며 엄마와 아들은 금새 화해한다.
배고프다고 짜증난다고 칭얼칭얼
으엉엉엉 울어대다가도
결국 엄마 품 안에서 젖을 물고
평온을 되찾는 내 아기.
그 얼굴이 어찌나 예쁜지
열심히 움직이는 작은 입과
오동통한 볼따구가
사람의 마음을 얼마나 뿌듯하게 하는지.
신생아 때부터 6개월.
람이의 얼굴은 많이 변했지만
젖 먹는 데 집중하는 표정만은 그대로이다.
모유수유.
장점도 있고 단점도 있겠지만.
아기와 교감하는 즐거움이
다른 모든 단점을 상쇄한다.
후일 단유한 뒤에 이 순간이 그리울 것 같아
사진도 많이 찍고 동영상도 찍었다.
매 순간 기억에 담으려 노력한다.
내가 먹고 내가 마신 물로
몸에서 만든 젖 하나만으로
내 아가를 먹이고 키우는 이 시간을.
배고픈 람이가 입가를 살짝 떨며
엄마 가슴을 답싹 무는 모습을
내려다보며 웃을 수 있는 이 기쁨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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