람이/보물과 만나다

2개월 아기 예방접종

LEEHK 2011. 4. 12. 06:13

보건소에서 디프테리아 소아마비 예방접종을 했다.

원래도 밤에 잘 우는 아기였지만

이 날은 저녁 5시 부터 7시 까지

벌게져서 악을 쓰고 울어댔다.

진공 청소기 소리를 들으면

울음이 멈추고 눈이 말똥말똥 멍해졌었는데

이 날은 진공청소기 소리에 잠들었으나

곧 일어나서 다시 울었다.

다시 청소기를 켜니 울음소리가 그치길래

아기 얼굴을 보니 일그러져 우는 표정이었다.

진공청소기 소리에 놀라

자신의 목소리를 내지 못 하고 있을 뿐

소리 없이 계속 울고 있었던 것이다.

 

그 얼굴을 보는 순간 참고 있던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소아치료실에서 실습 중이라

아기들 울음소리를 하루종일 들어

두통이 와 있던 남동생이

약 까지 먹고 누나 도와준다고 옆에 있다가

 

애기가 너무 울고

그 옆에서 누나도 눈물 흘리고 있으니까

 

같이 응급실을 가자고 해 주었다.

둘이서 한참을 고민하다가

아기 열도 재보고 물수건으로 닦아도 보다가

열은 없어도 너무 심하게 우니까

'고열이 나거나 경련을 하면 의사에게' 라는

예방접종 안내문구 중 경련인가 싶어

결국 급히 챙겨 집을 나섰다.

 

7시에 나가 9시에 들어왔고

응급의료 1339의 도움으로

대학병원을 향해 가던 중

람이가 진정을 해서 결국 야간진료 소아과를 방문했다.

 

람이 아빠는 통근버스 없는 시간에 퇴근하느라

2시간 동안 4번 대중교통을 갈아타고

산 넘고 물 건너 중간에 합류했다.

 

그 동안 람이는 배고파져서 찡찡대기 시작해

차 뒷 좌석에서 젖 먹고 응가도 두 번이나 하고

방구도 뿡뿡끼면서 상황을 시트콤으로 만들었다.

 

의사 선생님 말씀 대부분 아는 이야기였지만

전문가의 확언을 듣고

내가 잘못 알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고민은

더 이상 하지 않아도 되니까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예방접종으로 칭얼대다 마는 아기도 있지만

밤새 울기도 하고 고열이 나기도 한다.

38도 이상 고열이 나면 30도 정도 미지근한

수건으로 사지를 닦아주고

1) 38도 이상 1시간 이상 지속되거나

2) 39도 이상으로 급히 올라갈 경우

해열제(타이레놀2ml)를 먹인다.

 

그래도 차도가 없으면 응급실을 갈 수 있지만

응급실에서 해 주는 처치도 위에 준한다.

즉 집에서 잘 봐 주는 게 낫다.

울면 잘 달래 주어라.

우는 것은 경련이 아니다.

경연은 워낙 양상이 다양하지만 예를 들자면

사지가 굳가나 눈이 돌아가가나 하는 것이다.

 

검진 도중 목을 보다가 컥 하고 놀래더니

몇 분 뒤 의사 앞에서 왈칵 분수토를 했다.

많이 토하는 것 같지만

하루에 1번 이상, 혹은 매일 이렇게 토하는 것이 아니라면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질거다.

만약 위에 해당하면 추가 검사가 필요하다.

 

배에 가스가 찬 것으로 보이지는 않으니

예방접종 영향으로 운 것 같다.

그럴 수 있으니 잘 다독여주라.

 

 

물론, 다독여지지 않고

두어시간 경기를 일으킬 것 같이 울어대고

지하 주차장 및 차량 이동 초기까지 울어서

보는 나도 이리 힘든데

막상 우는 람이는 얼마나 아플까 싶어

정말 막막했지만,

결국 해피엔딩으로 끝나

넷이서 편하게 집으로 돌아왔다.

 

집에 와서도 한 시간 정도 울며 보챘으나

마침 귀가하신 할머니가 도닥여 재워주셨다.

이 녀석은 할머니 계실 때는 안 그러는데

꼭 어쩌다 할머니 외출하실 때만 울어댄다.

오늘도 람이 할머니 외출하신 5시 부터 울음이 시작되었다.

이 사실이 심적으로 부담이 되실텐데,

울 엄마는 무슨 죄람. 딸 다 키웠더니 손자 데리고 들어와 챙겨 달라고 하고. ㅜㅜ

 

그 밤을 그리 보내고

친정 어머니와 남동생과 남편에게

한 없이 감사하고

더 크게 아프지 않은 람이에게 고마워하며

그 밤을 그리 보내고.

 

새벽에 수유하려고 일어나 깜짝 놀랬다.

밤중 수유 간격 신기록. 여섯 시간이다.

좋아하려던 찰나,

그 긴 시간 동안, 기저귀가 젖지 않아

그게 또 마음에 걸린다.

밤에 항상 소변 많아-_- 보는 아기인데

어제 힘들어서 그런가.

 

일단 다시 재웠고

아침에 다시 살펴 보아야겠다.

 

괜찮겠지.

별 일 아닐거야.

람이 할머니도 하루종일 함께 하시기로 했고,

람이 삼촌도 일찍 온다고 했다.

람이 아빠도 퇴근하고 바로 오실거고

앞으로 예방접종 하는 날은 월차 쓴다고 했다.

 

 

산휴 쓸 때는

당당하게 혼자 아기를 건사할 수 있겠거니

잘 키울 수 있겠거니 생각했는데

그건 완벽한 오산이었다.

 

주변에 도와주는 사람이 많아

정말로 행복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참 힘들다.

쉽지 않다.

어렵다.

 

백 일만 지나면 편해진다니

백 일까지 조금 더 힘내자.

 

람아.

적당히 울고 아프지 말아주렴.

사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