람이/생명을 기다리다

임신 6주 - 비행기 , 제주도 2박 3일 , 하혈.

LEEHK 2010. 7. 4. 00:46

 

 ※ '덕배를 기다리다' 디렉토리에는 기억이 휘발되기 전에 임신과 관련된 글을 적으려고 한다.
      지나치게 노골적이거나 -_- 바르지 않은 내용이 있을 수 있으나 내 머리 속을 가득 채웠던 고민들을 기록한다.
      미혼 남녀들은 인생의 경험담이려니 하고 읽어도 되고, 민망하면 그냥 넘겨도 좋다.

 

 

 

 

> 6월 22일 화요일. (6주+3일) 아기집을 처음 보다.

- 질초음파 비용 ㅇㅅ산부인과 : 37,600원

 

 병원을 다녀온 지 겨우 4일 만이었고, 피검사를 통해 자궁외 임신이 아니라는 대답도 들었지만,

 눈으로 아기집을 확인하지 못하니 마음도 불안하고, 정말 내가 임신했는지에 대한 확신도 들지 않았다.

 제주도 워크샵을 가기 전에 정황을 확실하게 하기 위하여 다시 병원을 찾았다.

 

 : 초음파상 4~5주 크기의 아기집이지만, 생리 주기 차이 때문에 일주일 정도 오차는 있을 수 있다.

   2주 이상 오차가 아니라면 예정일은 일반적인 기준인 이전 생리일부터 280일 이후로 잡는다.

   5월 23일 경 있었던 출혈은 날짜상 착상혈이라기보다는 배란혈일 가능성이 높으며,

   착상이 늦게 되었을 수도 있다. 착상이 늦는 것이 특이한 케이스는 아니다.

   오차는 있을 수 있으나 일단 4일 만에 아기집이 성장하는 진행이 이뤄진 것은 긍정적으로 볼 수 있다.

   생리통 같은 통증이 지속되는 것은 자궁이 커지기 때문에, 혹은 자궁 근종의 영향으로 볼 수 있다.

 

 워크샵을 가도 되느냐, 성산 일출봉을 올라도 되느냐는 질문에는 "좋다 나쁘다 라고 말할 수 없다.

 어떤 사람은 다녀와도 괜찮고, 어떤 사람은 꼼짝 안 해도 유산되기도 한다. 본인이 판단할 수 밖에 없다."

 라는 답이 돌아왔다.

 그 답을 듣고, 나는 건강하다고 믿고 있었기 때문에, 그리고 제주에 가서 사람들도 만나고 싶어서,

 고대했던 워크샵이었기 때문에 제주를 가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나중에 이 결정을 후회하게 된다. ㅠ_ㅠ 임신 초기에 여행은 금물이다! 

 

 * 초음파 사진 : 아기집 0.64 cm -_-

 

 

 

 

 

> 6월 23일~25일 (6주+4일~6일) 제주도.

 

 즐겁게 제주도 워크샵을 다녀왔다. 보고 싶었던 사람들도 많이 만났고, 수다도 많이 떨었으며,

 술 한 방울 마시지 않고도 잔뜩 마신 사람처럼 잘 놀았다. 12시 되면 더 놀고 싶은 유혹도 꾹 참고 잠자리로 들었다.

 

 혹시 잘못되더라도, 주변에 알려야 몸을 다시 추스릴 여유를 받게 된다는 희님의 단호한 조언을 받아

 기회가 될 때마다 주변에 알리게 되었다.

 * 기회가 될 때마다 = 친한 사람과 단 둘이 되었을 때 이야기하거나, 누군가가 질문했을 때 시인하기.

 

 임신 8개월에 접어드신 옥님을 핑계로 환님의 신형 슴5 뒷자석을 안전하게 타고 다녔으며,

 그토록 좋아하는 명랑 운동회를 견학하였고, 마지막 날은 비행기 시간을 바꾸어 일찍 귀경하였다.

 공항까지 가는 길 역시, 환님과 신짱이 자가용으로 데려다준 덕분에 정말 편하게 이동할수 있었다.

 

 

 

 

 

> 6월 25일 금요일 (6주+6일) 하혈.

- 질초음파 비용 ㅈㅇㅈ산부인과 : 34,000원

 

 제주공항에서 김포공항까지, 김포공항에서 9호선 급행과 3호선을 이용해 양재동 집까지 3시간이 넘게 걸렸다.

 집에 오니 한없이 피로했다. 누워 잘까 하다가 짐정리 하고 씻으러 화장실에 들어갔는데 피가 방울져 내려왔다.

 선홍색 출혈을 보면 지체없이 병원을 가라는 글을 읽은 적이 있기에 급하게 가까운 산부인과를 찾았다.

 비행기 시간을 바꿔 낮에 서울에 도착한 덕분에 아직 병원이 영업하는 시간이었다.

 조금만 늦었다면 응급실을 가야 했을거라 생각하니, 일찍 돌아오게 되었다는 사실에 크게 감사하였다.

 

 기존에 찍었던 아기집 초음파 사진을 지참해 간 덕에, 새로 한 질초음파 결과 아기집이 커졌음을 알게 되었다.

 병원 초음파 기계에 따라 오차가 있을 수는 있으나, 커진 것은 확실한 것 같다고 선생님이 말씀해 주셨다.

 * 초음파 사진 : 아기집 1.48cm. 작은 점처럼 아기 심장이 보이는데 너무 작아서 뛰는 건지 안 뛰는 건지 확인 불가능.

 * 산모 혈압 : 110/61

 출혈이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유산기가 있다" 고 표현한다며, 그 어떤 약도 없고

 안정하고 쉬는 것이 유일한 치료법이라고 했다. 선홍색 출혈은 위험하니 편히 쉬라고 했다.

 태아의 성장이 진행중이라는 것은 분명히 긍정적이니, 마음을 편히 가지라고도 말했다.

 

 마음이 너무나 불안했고 제주를 괜히 다녀온 건 아닌가 후회도 해 보았지만 부질없는 일이었다.

 지속적으로 생리통 같은 통증은 여전했고 속이 살짝 미식거렸다.

 이게 만약 입덧이라면 아가가 건강하다는 증거일테니, 그 사실 하나를 위안 삼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