람이/생명을 기다리다

임신초기 - 임신인 것 같은 예감.

LEEHK 2010. 7. 3. 23:29


 ※ '덕배를 기다리다' 디렉토리에는 기억이 휘발되기 전에 임신과 관련된 글을 적으려고 한다.

      지나치게 노골적이거나 -_- 바르지 않은 내용이 있을 수 있으나 내 머리 속을 가득 채웠던 고민들을 기록한다.

      미혼 남녀들은 인생의 경험담이려니 하고 읽어도 되고, 민망하면 그냥 넘겨도 좋다. 






 5월 20일 목요일, 학교 축제에 가서 맥주를 마시고 필름이 끊겼다. 

 21일 석가탄신일 하루종일 죽어 있었다. 허리만 펴도 토할 것 같고 속이 미식거리고 어지럽고 괴로웠다.

 일 년에 한 번 정도 만나는 지독한 숙취, 나이가 들어 전 같지 않아 그런지 겨우 맥주만 마셨는데,

 비록 빈속이었지만, 이렇게까지 심하게 속이 뒤집어지나 눈물을 줄줄 흘리며 결심했다.


 "다시는 입에 술 한 방울 대지 않으리!!!!"

 

 하지만 평생 금주는 아무리 생각해도 불가능할 것 같아 기간을 설정하기로 했다.

 6월 말에 제주에서 있을 본부 워크샵에서는 즐겁게 놀고 싶기에 그 때 까지만 금주하기로 했다.

 5월 22일 중학교 친구들 집들이 때도 혜원이의 폭풍같은 술 권유도 사뿐히 즈려밟고, 

 저녁 약속은 모두 술집에서 찻집으로 변경했다. 주변에 기간 한정 금주 결심을 널리 알리고 도움을 요청했다.



 필름이 끊겼던 그 주 주말, 태어나 처음으로 생리기간 이외에 소량의 하혈을 하였다.

 과로하고 힘들어질 때 여자의 자궁에서 내보내는 위험신호가 온 것이다.
 피를 보고 나서 금주 결심이 좀 더 완고하게 세워졌다. 건강을 망치면서까지 놀고 싶지는 않다.

 그런데 돌이켜 생각해보니 이 때 몸에서 충격을 받아 배란일이 바뀐 게 아닌가 싶다.
 나처럼 생리주기가 칼같이 일정한 사람들은 대체적으로 배란주기도 일정하기 마련이라
 자연 피임법을 활용하면 임신의 가능성이 매우 낮아지는데, 
 임신이 된 걸 보면, 정상적인 배란일 이외의 날짜에 배란이 된 것으로 추정된다.
 하여간 술이 -_- 모든 이벤트의 근원이다.

 
 그 이후 한 달 내내 생리 시작 직전처럼 아랫배가 얼얼하니 아팠다.
 맑고 투명한 냉의 양이 많아졌고 기분이 우울해졌다가 쉽게 몸이 피로하고 의욕이 많이 저하되었다.
 마음 속에서 계속 "혹시?" "아냐 설마 아닐거야." 라는 생각이 수시로 교차했고,
 신랑과 동생이 집에서 맥주 파티를 벌여도 꿋꿋하게 물만 마셨다.
 술에서 유혹을 느끼지 못했던 것이 절반, 만약의 경우를 대비해 조심한 것이 절반이었다.
 다음달 생리를 시작하면 깔끔하게 음주 라이프를 재개해야지 하며 마음을 다잡게 되었다.

 
 자궁과 장이 어떤 관계에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보통 생리 전 날에 통증과 함께 묽은 변이 나타난다.
 그런데 다음 생리 예정일을 일주일을 넘겼는데도 한 달 내내 계속된 아랫배의 통증만 있을 뿐 
 피가 보일 조짐이 전혀 없었다. "혹시나" 와 "에이 설마" 가 반복되는 일주일. 기분이 이상했다.
 보영이의 뽐뿌를 받아 6월 18일 금요일 아침, 평소보다 일찍 일어나 임신 테스터기를 사용해 보았다.
 바로 나타난 선명한 두 줄, 충격받았다. 패닉이었다.
 


 "으악 나 임신했어. 나 엄마되는거야? 으악 어떡해.. 엄마 어떡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