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덕배를 기다리다' 디렉토리에는 기억이 휘발되기 전에 임신과 관련된 글을 적으려고 한다.
지나치게 노골적이거나 -_- 바르지 않은 내용이 있을 수 있으나 내 머리 속을 가득 채웠던 고민들을 기록한다.
미혼 남녀들은 인생의 경험담이려니 하고 읽어도 되고, 민망하면 그냥 넘겨도 좋다.
6월 18일 금요일. (5주+6일)
- 검진 비용 ㅇㅅ산부인과 : 68,600원. (질초음파 3만 + 피검사 3.5만 + 진료비 기타)
아침에 테스터기에서 선명한 두 줄을 본 날, 점심시간에 예약도 안 하고 바로 산부인과를 찾아갔다.
한참을 기다려 질초음파를 실시했는데, 아기집이 보이지 않았다.
난포가 터진 후 피가 들어가 커진 것 같은 황체 5.7cm 가 보이는데 이 것은 자연적으로 없어질 수 있는 것이며
자궁 근종이 4개 있는 것은 미리 알고 있으셨냐고 묻고는, 임신으로 인해 크기가 변할 수도 있고,
임신에 영향을 끼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지금 생각하면 별 거 아닌데 아기집도 안 보이는데다가 무서운 말을 들은 것 같아 겁이 덜컥 났다.
이전 생리일부터 따져본 임신 주 수는 5주 + 6일 이었다.
병원에서는 그 주 수에는 보통 아기집이 보여야 한다며, 보이지 않는 원인으로 두 가지를 제시했다.
1) 아기집이 아직 점처럼 작아서 안 보이는 것이다.
-> 기준인 생리 주기가 28일인데 내 주기는 34일이기 때문에 일주일 정도 오차는 있을 수 있다.
2) 자궁 외 임신.
일주일 정도 뒤에 아기집이 좀 더 커질 때까지 기다렸다가 초음파를 다시 해 볼 수도 있고,
원한다면, 내일 결과가 나오는 피 검사를 해 볼 수도 있다고 했다.
일주일 동안 불안에 떨고 싶지 않아 당장 피를 뽑았다.
a. 피 검사 수치가 낮으면 : 임신 초기라서 착상된 수정란이 점처럼 작아서 안 보이는 것이니 안심해도 된다.
b. 피 검사 수치가 높으면 : 자궁외 임신일 가능성이 높아 위험하다.
피 검사 결과는 6월 19일 토요일 저녁에 나왔다. 기다리는 하루 내내 심란했다.
임신일까 아닐까, 자궁외 임신이면 어떡하나, 이렇게 우연히 임신이 될 줄 알았으면 차라리 준비하고
의도적으로 임신을 시도할걸, 지난 달에 술먹은 뒤에 임신된 건 맞을까. 그 전이면 어떡하지. 별 별 악몽을 다 꿨다.
웃긴 건, 신랑과 나의 고민(망상)이 판이하게 다르다는 것이었다.
a. 엄마의 고민 : 어떻게 하면 잃어버리지 않고 막달까지 무사히 지켜서 아이를 낳을 수 있을까.
b. 아빠의 고민 : 야구를 시키나, 축구를 시키나. (일단 말도 하고 걷는다는 전제를 깔고 있다. -_-)
결과 수치는 1045 이며, 1500 정도가 되었을 때 아기집이 보인다며 아직 안 보이는 게 정상이라고 했다.
임신이 지속되는 한 피검사 수치는 계속 올라갈 것이며 다음주에는 초음파로 아기집을 볼 수 있을 거라고 했다.
"네, 네." 대답하고 끊고 나니 문득 의문이 들었다. "근데 임신이 맞긴 하는 건가??"
부끄럽게도 다시 전화를 걸어 물어봤다. "저 임신 맞나요?" ... 맞단다. 어떡해. 나 정말 임신했다. ㅠ_ㅠ
* 피검사 수치표 :
언제 주변에 알려야 하나 신랑과 머리를 맞대고 고민했다.
만약 잘못되어서 아기를 잃어버리게 되어도 가족들에게는 어차피 말하게 될테니.. 라는 결론에 도달하여
양가 부모님께 전화드렸다. 모두 기뻐해주셨다. 시댁에서는 "집안의 경사" 라며 정말 좋아해주셨고,
친정에서는 남동생 덕분에 많이 웃었다.
"저 할 말 있어요..." 라고 말을 꺼내니, 이미 자식을 본 경험이 있는 부모님께서는 "애기냐!?" 라고 바로 맞추셨는데,
"누나 할 말 있어. 뭘까?" 라는 질문에 남동생은 "나 아까 컴퓨터 하고 방 안 치운거 엄마가 말했어?" 라던가.
"엄마 발 안마 시작하자마자 그만두게 된 건, 누나가 벨을 눌러서잖아 문 열어줘야 하니까!!" 라고 헛다리를 짚었다.
"애기 생겼어" 라고 말하자마자 패닉에 빠진 동생은 그토록 좋아하는 월드컵과 치킨을 한동안 외면할 정도였다.
그나마 나와 신랑이 놀란 만큼, 같이 놀란 게 동생이라 왠지 귀엽고 재미있었다.
그리고, 추가된 고민이 하나 더 생겼다. 회사에다는 언제 말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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