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상념의 문서화

유한마담의 오후.

LEEHK 2009. 7. 25. 00:00

 

 

 짐을 옮겨야 하는 탓에 오전 근무만 했다. 점심에는 유럽여행 가이드북을 가져온 가든양과 산동국시에서 콩국수를 먹고 콩다방에 들렀다. 점심시간이 끝난 뒤라 목줄을 단 직장인들이 커피를 사서 바로 나가고 있었다. 회사에 돌아가야 한다는 촉박함 없이 여유롭게 수다를 떨고 있으려니 기분이 이상했다.

 

 오후에는 어머니와 데이트를 하려고 계획했으나, 워낙 어머님의 스케쥴이 바쁘신 탓에 당일 아침 딱지를 맞았다. 배용준이 다닌다는 동네 헬스장 OT 예약을 해둔 가든양이 떠나고, 더 이상 집 밖에서 할 일이 없어진 나도 오랫만에 운동하러 갔다. 대낮부터 친정에서 뒹굴거릴 수 있는 좋은 기회였으나, 막상 친정 집에는 아무도 없는 애통한 순간이었다.

 평일 2시, 4시 타임에는 요가강습이 있었고 의외로 사람이 많았다. 오랫만에 접한 요가는 참으로 반가웠지만, 몸은 매우 낯설어했다. 모든 자세가 어설펐는지, 강사언니의 집중코치를 받았다. 가볍게 러닝머신을 한 뒤, 오랫동안 씻고, 안마기계위에서 45분을 졸았다.

 

 진짜 밖에서 오랫동안 시간을 보냈는데도, 시계를 보니 겨우 오후 5시였다. 평일에 휴가를 쓰면, 계획된 일을 시간내에 수행하느라 빡시게 움직이던가, 피로를 푸느라 집에서 꼼짝도 안하고 뒹굴뒹굴 거리기만 했었지, 이렇게 할 일 없이 집 밖을 돌아본 건 처음이었다. '일을 안하면 이렇게 하루가 길구나.' 라는 느낌이 참으로 생경했다. 시간이 남아돌아 주체하지 못했던 하루가 너무나 오랫만이었다. 최소한 최근 5년 안에는 단 하루도 이래본 적이 없었다. -_-

 

 돈도 많고 (헬스장, 커피값, 밥값이 매일 필요할테니ㅋ), 아이도 없고, 일도 안하는 유한마담은 이렇게 살겠지? 오늘 오후 체험해봤다. 사실 미혼인 내 친구들 중에는 이렇게 하루를 보내는 친구가 몇 명 있는데, 그녀들은 미혼이므로 패스~. 아... 나는 언제쯤 유한마담이 되어 볼 수 있을까? 유한마담이 되고 싶은 건 아닌데, 유한마담이 내 미래의 선택지 중 하나가 되는 날이 왔으면 하는 생각도 들었다. 적어도 현재 내 선택지에는 없는 것 같으니까 ^^; 

 

 

 

' > 상념의 문서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내일이면 잊겠지만.  (0) 2009.09.21
술 마신 날 새벽.  (0) 2009.09.09
쉬운 해결.  (0) 2009.06.28
내조 일일 체험 : 신랑 회사 집들이.  (0) 2009.06.23
바른생활 프로젝트  (0) 2009.06.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