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에서 일요일로 넘어가던 부평의 한 장례식장에서, 속상하고 슬픈 마음과 씁쓸함에 정신이 어지러웠다.
1~2학년 후배들 넷을 홍대까지 데려다줘야 한다는 핑계로 병원을 나서면서, 나 자신에 대한 실망을 곱씹었다.
아이들을 내려주고 난 뒤 새벽 2시, 심란한 마음을 신랑에게 털어놓았다.
남자 동기들은 밤새 장례식장을 지켜주는데, 나는 신랑과 집으로 향한다.
금요일 저녁 밀러타임에 70대 아저씨들이 열댓명 와서 즐겁게 놀다 가시는데, 여자는 한 명도 끼어 있지 않았다.
말로는 피로 맺었다고 하지만, 결국 나는 몇 시간 얼굴을 비치고 가는 사람일 뿐이다.
'결혼한 여자' 에 대한 한국 사회의 인식이 있기 때문에 친구들은 다 이해해줄거야 - 라는 신랑의 위로가 더욱 속상했다.
어려운 일에 힘을 모아 돕는 동기들의 모습이 아름답고 멋있었고 든든했다.
함께 밤샘을 해주지 못한 내가, 빛에 가려진 그림자와 같이 초라하게 느껴졌다.
여자이기 때문인 건지, 내 속성이 원래 그러한 것인지, 당사자와 덜 친해서 그러한 것인지, 혹은 전부인지 알 수 없지만.
나의 심란함은 당사자의 심경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닐 터, 이 것 모두 어리광에 불과하다.
잘 이겨내렴. 너도 나도, 결국은 '좋은 친구들' 을 두었지 않니. 그 사실 하나가 너에게 힘이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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