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상념의 문서화

정말 바쁘다.

LEEHK 2008. 8. 2. 01:50

 

 

 자정이 지나서 퇴근하지만 출근시간은 꼬박꼬박 지킨다. 밥먹으러 나갈 시간도 부족해서 시켜먹거나, 누군가가 사다 주는 음식을 회의실에서 꾸역꾸역 삼키는 일이 많다. 식사 시간이 부정확하다보니 위장의 상태가 조금 이상해졌다. 운동갈 시간이 없어서 근육량이 부족해진 몸은 비틀거리고, 넘어지려는 횟수가 현격히 증가하다. 간신히 깊이 잠들었는데 해뜰무렵 장애전화에 억지로 일어났다 한동안 잠을 이루지 못할 때는 문득 서러워져서 짜증이 복받치다. 아침마다 머리가 띵하지만 두통이 생길까봐 커피 한 잔 마시는 것도 조심스럽다. 폭풍 속에서 딱 한 번, '회사 안 다니고 집에서 놀고 싶다.' 고 생각하다. 숫자 하나 틀리면 문제가 정말 커지기 때문에 칼날 위를 걷는 기분이 종종 느껴진다. 난 칼 위에서 춤추고 있는데, 자기 일 먼저 처리해달라며 막무가내로 억지부리는 일부 내부고객 때문에 울컥하다. 니가 갑이니?

 

 

 그래도 재작년에 비하면 실수가 현격히 줄었다. 산넘고 물건너며 괴로워하며 고생했던 경험들이 내 성장의 원동력이다. '여러가지 부분에서 정리를 참 잘 한다. 바꿔 말하면 참 독하다.' 라는 말을 들어 기뻤다. 힘내라고 걱정해주는 말 한마디에 기운이 난다. 운좋게 가질 수 있었던 티타임은 오아시스가 되어주었다. 하나하나 맞아떨어질 때마다 흥이 솟는다. 함께 고생하는 사람들과 격의없이 나누는 농담에 폭소를 터트린다. 다음주에도 당분간 같은 생활을 하겠지만, 이번 주말은 출근 안 해도 되서 정말정말정말 좋다. 안그래도 많은 기존 업무를 다 홀딩하면서까지, 급박한 곳에 투입되었다는 건, 나름대로 인정받고 있다는 게 아닌가, 자기합리화를 시도하며 부끄럽게도, 살짝 뿌듯해하다. 욕심 부려 담은 아이스크림을 옷에 잔뜩 쏟은 탓에, 즉흥적으로 구매한 삼천원짜리 티셔츠가 마음에 든다. 8층에서 발견된 우담바라 소식에 설레이다. 내일 출근 안 하는 덕분에, 음악 들으며 글을 쓰고 있는 여유로운 이 새벽시간이 만족스럽다.

 

 

 모든 일은 마음먹기에 달렸다.

 

 

 

' > 상념의 문서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 회사의 강점은 사람이다?  (0) 2008.09.10
가기 전 생각 정리.  (0) 2008.08.21
인생에서 느낄 수 있는 가장 큰 안정감.  (0) 2008.07.25
과장과 겸양.  (0) 2008.07.15
바쁠수록 돌아가라.  (0) 2008.07.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