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상념의 문서화

가기 전 생각 정리.

LEEHK 2008. 8. 21. 03:21

 

 

 예전보다 설레임이 덜하다. 몇 번 가봤기 때문에 다녀온 뒤의 허망함이 벌써부터 떠올라서일까. 아니면 설레일 시간이 없어서일까?

 

 퇴근하려는데 왜이렇게 급한 일이 쏟아지는지 예정시간보다 1시간 늦게 후다닥 뛰어나와 밥먹고-_- 필요한 물건 사들고 집에 들어와서 씻고 나니 12시였다. 노트북 전원켜고 터미널 접속해서 Data insert가 왜이렇게 느린가 한참 들여다보다며 짐정리하고 중간중간 업무메일쓰고, 공항리무진 버스 출발시간과 장소 점검하고 나니 새벽 3시가 넘었다. 7시 반까지 인천공항에 도착하려면 집에서 5시엔 나가야 하던데 -_- 1시간 정도 잠깐 눈 붙이겠다.

 

 물론 미리미리 준비하고 싶었고, 오늘은 일찍 푹 자고 싶었다. 나 없으면 세상이 안 돌아간다는 걸 증명하고 싶은건가, 요새 왜이렇게 혼자 바쁠까? 지금 가지고 있는 업무가 굉장히 빡빡하지만, 해달라고 너무 급박하게 요청하시니 야근하며 해보고, 정 안되면 주말에 나와서라도 그 선까지는 맞춰보겠다고 이야기하면, 상대방은 "해주겠다" 만 기억하고 "왜 더 안해주냐" 고 요구한다. ^^; 좀 더 약게 굴어야 할까.

 

 최근 욕심이 굉장히 커졌다. 그런데 내 능력이 내 욕심을 따라가지 못하니까 스트레스 받으며 더욱 과부하에 걸리는 것 같다. 내게 오는 일을 잘라내지 않기로 결심을 하나 했을 뿐인데, 그 여파가 꽤 크다. 정규시간 근무만으로는 해치울 수 없고, 야근은 물론 주말에까지 나와야 할 것 같은 볼륨으로 일이 몰아닥치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마음의 여유가 사라져서 평소엔 부드럽게 넘길 일도 가시돋힌 말투로 내뱉고 바로 후회하는 바보짓을 몇 번 했다. 그런 일이 있는 날은 집에 오는 내내 괴롭다. 업무가 워낙 바쁘니, 작고 급한 요청을 즉시 처리해줄 여유조차 없을 때가 부지기수다. 지금도, 운영중인 업무야 백업할 수 있지만 진행중인 업무는 백업할 수 없는 특성상, 나 없을 때 내 일에 문제가 생기지는 않을까 걱정이 되어서 마음이 안정이 안 된다.

 

 로밍도 잘 안 되고, 인터넷으로 업무도 볼 수 없는 7일의 부재기간. 상당히 의미가 크다. 쫓기듯이 살 필요 없는데, 나는 항상 나 자신에게 쫓기고 있다. 이번 문명과의 단절을 통해 나를 좀 푹 쉬게 하고, 초조함을 지울 수 있도록 사고의 전환이 일어났으면 좋겠다. 최소한 네팔에 가서까지 업무생각에 잠못이루는 미련한 짓은 안 했으면 좋겠고, 그러지 않는다는 전제 하에 상당한 리프레쉬가 될거라고 기대한다. 다녀온 뒤에, 업무 스타일이 좀 바뀌고, 업무 마인드도 조금 바뀌면 좋겠다. 편하게 일해야 마음에 여유가 생기기 때문에, 협업은 더 잘되는 것 같다. 나 없어도 세상은 잘 돌아갈거고, 가서 다른 것에 집중하면 해야할 일 생각따위 까맣게 잊을거다. 한 편으로는 서운하겠지만, 한 편으로는 안심되고 기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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