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상/책, 내 인생의 동반자

고흐 - 별이 빛나는 밤

LEEHK 2008. 2. 28. 23:38

고흐는 선교사가 되어 세상의 불행한 사람을 어루만져 주는 것이 꿈이었다. 그는 꿈을 좇아 광산에 가서 선교사 노릇을 한 적이 있다. 광부들과 함께 음식을 먹고 바닥에서 함께 잠을 자며 갱이 폭발했을 때에는 중상을 입은 광부를 구출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의 이런 희생정신은 사람들의 존경을 받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다른 의도가 있는 것이라는 오해를 샀고, 결국 그는 교회에서 쫓겨났다.

화가의 길로 들어선 다음에도 그는 다른 화가들의 우정을 기대했다. 아를에 살 때 그는 고갱에게 열렬한 애정을 보이며 그를 초대했다. 그러나 고갱은 고흐의 감정을 받아들이지 못했고, 두 사람은 의견 차이로 자주 싸움을 벌였다. 결국 고갱은 아를을 떠났고 상심한 고흐는 자신의 한쪽 귀를 잘라버렸다.

 고흐는 항상 사랑하는 사람과 가정을 이루고, 그림을 팔아서 생활하는 정상인의 행복한 삶을 꿈꾸었다. 그러나 사람들은 그를 오해하며 두려워했고, 그런 사람들을 보며 고흐는 분노하고 외로워했다. 1889년 고흐는 아를에서 25km 떨어진 한 정신병원에 입원했다. 이 때 고흐는 정신병에 대한 두려움과 미래에 대한 불안감에 빠져 몇 달에 한 번씩 발작을 했다. 그러나 그렇게 발작은 한 후에는 멀쩡해져서, 야외에 나가 그림을 그렸다. 고흐는 결코 의기소침해 하지 않고, 자신의 집착과 고집에 힘입어 더욱 성숙하고, 대담한 작품을 그려냈다. 별이 빛나는 밤도 이때 완성된 것이다.

그는 사람과 사람 사이가 별들 사이처럼 그렇게 멀다고 말한 적이 있다. 자신을 이해해주지 못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그가 얼마나 외로움을 느꼈는지 절절하게 와 닿는 말이다. 그러면서도 고흐는 동생 테오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삶에 대한 갈망과 열정을 드러냈다. 별이 빛나는 밤에 등장하는 삼나무에 대해 고흐는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그 삼나무들은 내 생각의 실마리를 잡고 있다. 삼나무는 이집트의 오벨리스크처럼 아릅답다.

 

 

 

고흐를 좋아하는 친구를 통해 별이 빛나는 밤을 처음 보았을 때는 독특하고 아름다운 그림이라는 생각을 했다. 아마 높은 곳에서 마을을 내려다보며 그린 그림인 것 같은데, 멀리 산과 불이 켜진 마을의 집들이 보이고, 가까이에서는 삼나무가 높이 뻗어있다. 이러한 풍경을 작가의 눈으로 그리면 기묘하게도 차가움과 따뜻함이 공존할 수 있게 된다. 하늘에는 달과 별들과 바람이 소용돌이치며 대기와 어우러져 있다. 밤하늘은 차갑고 마을과 산도 어둡지만, 집안의 불빛보다 더 밝은 것은 마치 태양처럼 보이는 달과 별이다. 동떨어진 곳에 홀로 서서 사람들이 살고 있는 곳을 바라보면, 외로우면서도 저 안에 있을 따뜻한 어딘가에 대한 기대를 품게 된다. 돌아가고 싶으면서도, 돌아가고 싶지 않은 상반된 마음이 가슴 속을 채우게 되는 것이다. 이 두 감정이 회오리 치는 대기의 움직임과 별과 달무리를 통해 나타난 것 같다.

별이 빛나는 밤을 보면 세상에 나 혼자 있는 것처럼 마음이 평온해지는 한 편, 따뜻한 곳으로 돌아가고 싶은 그리움과 기대감을 느낄 수 있다. 고흐는 사람들에게 상처를 받고, 자해를 하고, 정신병원에 들어가 있었지만, 마음 한 구석으로는 사람에 대한 기대와 애정을 버릴 수 없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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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박물관 (링크) 의 책을 읽고, 멀티통신 리포트로 작성한 글입니다.

17천원이라는 가격과, 올컬러 화보 때문에 선택한 가격인데, 보면서 매우 즐거웠다.

화가 이름과 작품을 외워서 풀게 하는 평가 문제는 조금 피곤했지만, 그래도 미술관 간 것 처럼 해설과 곁들여 그림을 볼 수 있으니 금상첨화 였다.

 

고흐를 좋아하는 친구는 민아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