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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도 충남 당진 남당리 새조개 축제가 5월 31일까지 열린다. 서울에서 차를 타고 가다보면 다음과 같은 순서로 세 곳의 축제 현장을 만날 수 있다. 서울 - 축제현장1 - 축제현장2 -축제현장3(원조. 남당리)
작년에는 축제현장2에 갔었고, 올해는 그래도 원조에 가보자 해서 축제현장3 에서 식사를 하고, 집에 포장해서 가져갈 것은 축제현장2에서 구입 했다.
항상 똑똑한 애인의 표현을 빌리자면, 남당리 새조개 축제를 하는 곳은 안면도가 앞을 가로막고 있어 원유 피해는 거의 없을 것이다. 하지만 태안 원유 유출사고 때문인지 토요일인데도 손님이 매우 드물었다. 작년에 비해 지나치게 한산한 모습에 마음이 씁쓸했다. 원유 제거 자원봉사는 하지 못했지만, 올해도 찾아가서 사먹고, 두 세트는 추가로 포장까지 해 오는 것으로 그 곳의 경제 활성화에 일조하였다 생각하니 뿌듯했다. 나도 즐겁고, 그 주민들도 이득이고, 이 것도 서로 돕고 사는 하나의 방법일 것이다.
거기다 확실히 강조하자면, 새조개 샤브샤브는 진짜로! 정말! 맛있다. 먹다보면 "맛있다 맛있다." 연발을 하게 된다.
실제 바닷가에 가서 살펴보아도, 깨끗하고 맑은, 평소 그대로의 서해이다. 차이가 있다면, 평소 주말보다는 사람이 적다는 것 뿐.
1. 2007년 3월의 새조개 축제 현장.
작년에는 3월에 갔었다. 0번 단락에서 서술한 축제현장2 의 어느 가게에서 먹었는데, 가게 운영은 초등학생 여자애와 어머니가 하고 있었다. 호객을 하는 수 많은 가게들 가운데 어린 여자애가 집안 일을 열심히 돕고 있는 곳이 보여서 바로 들어갔었다.
1kg에 3만 5천원을 주고 먹고, 1kg은 포장해서 집에 와서 가족들과 샤브샤브를 해 먹었었다. 가게에서 먹으면 기본 스끼다시를 주었다. 아래는 작년에 올렸던 사진이다.
2. 축제현장3(원조, 남당리 새조개 축제 현장)
축제현장3(원조. 남당리 새조개 축제 현장)의 한 가게에 들어갔다. 이렇게 많은 가게가 '축제' 라는 이름으로 몰려있는 곳은 가격도 대체적으로 이미 평준화되어 있다. 안 좋은 말로 표현하면 '담합' 이겠지만, 그 덕분에 가게를 잘못 선택해서 손해볼 걱정은 없다. 새조개 축제의 원조인 남당리인데다가 한창 대목일 토요일인데도, 한 가게마다 손님이 2-3 테이블 정도 밖에 없었다.
고등학생이거나 고등학교를 갓 졸업했을 나이의 아가씨가 서빙을 했는데, 수줍게 웃으면서 이것저것 잘 챙겨주는 모습이 참 보기 좋았다. 한창 사춘기에 집안 일을 도우러 나온 모습을 보니 기특하기도 하고, 참 예뻐 보였다.
물에 배추, 파, 무, 팽이버섯 등 야채를 넣고 팔팔 끓인다.
기본 스끼다시.
새조개는 1kg에 중량은 같지만 조개 살이 큰 것은 4만 원, 작은 것은 3만 원이라고 하길래, 작은 것으로 먹었다. 작년에 축제현장2 에서 3만 5천원을 주고 먹었던 것보다는 씹는 맛은 덜했지만, 수량이 많아진 덕에 꽤 오래 먹었다.
팔팔 끓는 물에 새조개를 두어점씩 넣어서 익혀 먹는다. 쫄깃한 조개살에 육즙이 가득 베어나온다. 정말 일품이다.
한입샷 접사를 하고 싶었으나 -_- 아침에 졸린 나머지 디카 챙기는 걸 깜빡하고 폰카로 찍은 탓에 초점은 저따위다;;
다 먹고 난 뒤에는 칼국수를 넣어 끓여 먹는다. 1인분에 2천 원의 추가비용이 붙는다. 나름대로 소식 커플이기에 1인분만 추가해서 먹었다. 옆 테이블에서 조개라도 좀 주지 그러냐고 해서, 모든 테이블에 바지락 서비스가 왔으나, 우리는 다 끓인 뒤라서 "거부거부!!" 라면서 감사히 거절했다. 갖은 야채와 조개 국물이 우러난 뒤라 국수만 넣고 끓여도 맛있다. 불을 최대로 하고 먹다보면 국물이 졸아들어 짠 맛이 강해진다. 그럴 때는 물통의 물을 조금씩 넣어주는 센스만 발휘하면 된다.
"파인애플 한 번 맛 보세요." 라면서 칼로 잘라주는 아저씨들의 파인애플을 항상 먹어보기만 하고 구입하지 않았는데, 오늘은 한 번 구입해 보았다. 3개에 1만 원 이라고 하시길래, "차에서 가면서 입가심 할 건데 1개만 파세요~~" 라고 졸라서 1개 4천 원에 구입했다. 먹기 좋게 잘라다 주시는데, 새콤달콤한 것이 완전 대박이었다. 뜨겁고 짭짤한 새조개 샤브샤브와 칼국수의 뒤를 매우 상큼하게 마무리할 수 있었다. 참고로 마트에서 꼬치에 끼워서 1천 원에 파는 파인애플 4 꼬치보다 양이 많았다. 크게 비싸지도 않아서, 앞으로도 종종 사먹어도 괜찮을 듯 싶다.
3. 축제현장2.
축제현장3 에서 맛있게 먹고 나와서는, 축제현장2 로 향했다. 원조라는 축제현장3 의 손님 숫자가 그리 적은데, 과연 원조도 아닌 축제현장2 는 어떨까 싶어서 포장은 축제현장2 에서 하기로 했다. 작년에 들어갔던 가게를 찾으러 한 바퀴 돌았는데 도저히 기억이 나지 않아서, 가장 활발하게 호객을 하시는 가게를 들어갔다. 아주머니 두 분과 고등학생일 것 같은 소년 하나가 가게를 지키고 있었는데 손님은 한 테이블도 없었다.
이미 다른 곳에서 새조개를 먹고 왔다고 하기가 면구스러워서, 그냥 급히 가봐야 한다고 포장만 부탁드렸다. 알이 매우 큰 새조개를 취급하고 계셨는데 (축제현장3 에서의 1kg의 4만 원 짜리와 동급인 듯) 먹고 가는 것은 4만 원, 포장은 3만 5천원 이라고 하셨다. 포장을 기다리는 동안 바다가 내려다보아는 자리에 앉아 대화를 나누고 있었는데, 기다리는 동안 먹으라고 멍개와 해삼을 썰어 주셨다. 이 접시 하나에 담을 수 없는 수 많은 이야기에 마음이 급격하게 따뜻해졌다.
사실 작년에 우리 집은 포장해서 이미 먹었었고, 온 가족이 한 자리에 모여 저녁 식사를 하기가 어려운 형편이라, 바로 먹을 수 있는 애인의 집에만 1kg 포장을 하려고 했었다. 그런데 막상 손님이 한 테이블도 없는 것이며, 일손 도우러 온 아들네미가 한 구석에 앉아 핸드폰만 만지작거리는 모습이라던지, 그래도 포장 박스 꺼낼 때는 재빠르게 움직이던 모습에 왠지 마음이 찡 해져서, 결국 2kg을 포장했다. 하나는 애인의 집에, 하나는 우리 집으로 들고왔다.
4. 전하고 싶은 말.
작년에도 먹어보고, 올해도 먹어본 입장에서 말하자면, 원유 유출 사고 이전과 이후의 맛 차이는 단 하나도 없습니다. 그런데 손님이 너무나 적고, 호객행위는 커녕 휴업을 하고 있는 몇 몇 가게까지 보이니 마음이 많이 아팠습니다. 혹시 여유가 되신다면, 주말에 서해 바다 한 번 놀러가서 맛있는 해산물 한 그릇 드시고 오세요. 성금을 내고, 기름을 닦는 것도 물론 숭고한 자원봉사이지만, 이렇게 그 지역 경제의 기반이 되는 "고객"으로서 찾아가는 것도 참 뿌듯한 일일 것입니다.
아래 사진은 축제현장2 에서 새조개를 포장해온 가게 간판입니다. 내년에도 또 찾아가고 싶은데, 이름을 기억하지 못할까봐 기념으로 한 장 찍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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