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들어 몸은 점점 이상신호가 많아지는데 마음은 오히려 점점 건강해지고 있다. 간혹 보이지 않는 좁은 협곡 사이로 까맣게 추락하곤 한다. 어릴 때는 세상이 이런 건가 무섭고 도망치고 싶었는데 지금은 뇌의 어떤 호르몬이 정신 질환을 일으키는 건가 심리학 문헌들을 뒤적이며 일치하는 증상을 찾고 있다. 토요일 오전에 아들 셋이 파란 차를 타고 시댁으로 떠난 뒤 증상이 심각해지는 것을 자각하고 눈과 귀와 입에 달달한 것들을 쏟아 부으며 손가락으로는 심리학 용어와 증상들을 필사했다. 모르기에 두려운 것일 뿐, 알게 되는 순간 문제는 작아진다. 공감가는 구절을 보며 사이비 진단을 하다 보니 해가 뜨고 부족한 수면에도 불구하고 마음은 훨씬 나아졌다. 내 안의 어린아이가 아직 남아 있다. 그 아이를 많이 인정하고 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