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사람은 편리성보다 익숙함을 더 선호한다. 나도 특히 그렇다. 더 좋은 게 있다고 해도, 지금 당장 불편함을 느끼지 않으면 고치지 않는다. 그리고 한 번 바꾸면 다른 것은 왠만하면 돌아보지 않는다. 여러가지 모두 다 익숙해지려고 노력하고, 비교하며 전문적인 시각을 유지한다는 것은 너무나 귀찮은 일이다. 일 이외에서는 그저 편하고 생각 없이 즐기는 것이 좋다.
주식 관련 업을 하고 있지 않으므로, 주식 또한 하지 않는다. 노력만 한다면 금전적인 이익이 돌아오긴 하겠지만, 나는 심도있게 노력하기가 너무 귀찮다. 정보와 뗄레야 뗄 수 없는 직업을 가지고 있지만, 여가시간마저 그 정보와 허덕허덕 싸우고 싶지는 않다. 김과장님 말씀처럼, 세상에는 돈이 널려 있고, 눈 밝은 사람들이 그걸 주워가는데, 보통 사람들은 공부도 제대로 하지 않고 덤비거나, 귀찮아서 시도도 하지 않는다는 게 맞다. 나는 귀찮아서 하지 않고 있다. 사실 심력을 쏟아 얻는 보람도 있겠지만, 나는 격동 없이 내 마음이 편안한 것이 좋다.
정을 붙이면 어디나 고향이라는 것은, 어렵지 않게 익숙해지되, 한 번 익숙해지면 철저하게 고슴도치가 된다는 것이다. 웹 쪽 업체로 이직을 한 뒤로, 정말 엄청난 로얄티를 갖춘 고객이 되어 있다. 그리고 타 업체들에 굉장한 거부감도 가지게 되었다. 아예 로그인도 안하고, 타 업체를 클릭 한 번 하는 것 만으로도 타사에 굉장한 이득을 주는 것처럼 느껴져 지양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 이 회사에 들어와 열정을 쏟은 부분이 처음으로 오픈을 하게 되자, 문득 지금까지의 내 생각이 우물안 개구리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SWAT분석의 큰 축 중 하나가 경쟁자 분석이다. 또한 그동안 학교에서 숱하게 배워왔던 기본 중의 기본이 '벤치마킹'이다. 세상에 창조는 없다. 여러가지 것들을 내 것으로 소화해서 재구성해 만들어내는 것이 업무를 잘 하는 법이다. 남을 잘 알아야 나를 잘 알게 되고, 그래야 강해진다. 내 것만 지나치게 편애하지 말고 남의 것도 제대로 써보아야 하겠다.
이번에 새로 내보낸 WTRACK이 여기저기서 좋은 평가도 받고, 우려도 받고 있다. 경쟁심리 가득한 이화경은, 제대로 알지 못하면서 '%%%한 것은 조금 문제가 되지 않을까 싶다' 라는 글을 쓰는 것을 보면 바로 발끈한다. 하지만 한 구석에, '아무도 트집잡지 못하도록 더 많이 방비해야겠다.' 라는 오기만 팽배해지고 있다. 내 자식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더 많이 알고, 더 많이 생각해야 한다.
일에 자존심을 걸고, 주말이나 귀가길 출근길에도 일에 관련된 생각이 문득문득 떠오르는 워커홀릭은 좋지 않다는 이야기를 단 4명이서 자리했던 본부 송년회 2차 오뎅집에서 들었다. 최근 한 달간 꿈만 꾸면 일에 관련된 내용이 꼭 등장한다. 간혹 다음으로 진행할 업무에 대한 아이디어가 끊임없이 샘솟다 못해 불안하고 촉박해져 심장이 두근두근 거리기도 한다. 사실 이 시간은 배치가 돌고 있을 시간이다. 에러없이 잘 돌고 있으려나 걱정도 되고 심려도 된다. 요 포스팅만 쓰고 접속해서 살펴보아야겠다.
내 자식이 회사의 커다란 금액 손실을 막는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것도 보람차긴 했으나, 그것은 한정된 내부 직원들에게만 공개되는 모델이었다. 하지만 이번은 예측모델은 아니지만, 만인에게 보여지는 서비스 일선에 서게 되니 이것 참 재미있기도 하고 뿌듯하기도 하면서 두렵기도 하다. 칭찬 받는 것은 기쁘지만, 욕 먹는 것은 싫다. 내가 혼자 그렇게 깊숙히 들어가 있었으니, 오픈 후 인수인계 하기도 쉽지 않을 것 같아 걱정도 된다. 업무가 바쁘고 필터링 쪽도 급박하긴 하지만, 이번 작업 문서화도 소홀히 해서는 안 되겠다. 기본적으로 컨설팅이라고 생각하면 해야 할 일이 산더미이다. 나는 조금 더 친절해지고, 정리정돈될 필요가 있다. 그리고 동종업계의 서비스를 조금 더 깊이있게 써 볼 필요가 있다. 나의 웹서핑은 이제 단순히 놀이가 아니라 업무다. =_= 아 왠지 조금 싫기도 하다;; 그래도 일단 내년 한 해는 업무로서, 시각을 넓히는 방향으로 집중해보자.
'나 > 상념의 문서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
대인관계를 맺을 때 가장 위험한 시기. (0) | 2008.01.15 |
---|---|
변명은 아니지만. (0) | 2008.01.06 |
GRACE 와 GREAT (0) | 2007.12.23 |
밤 안개. (0) | 2007.12.21 |
3일 간의 SAS 정규 교육, (0) | 2007.11.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