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상념의 문서화

추석과 체육대회, 휴일근무.

LEEHK 2007. 9. 22. 12:27

1.

 

 

추석 전 날 음식하러 가지 않는다. 이유는 단순히 가기 싫기 때문에.

아부지께서는 그래도 시집가기 전에 음식하는 것 배워가야 하지 않겠냐고 타박을 놓으시면서도 억지로 끌고 가진 않으신다.

휴가를 쓰고 친척집 방문을 함께 다니기로 한 것에 크게 만족하셨나 보다.

어머니께서는 네가 와서 도와주면 참 좋으련만- 이라고 말씀하시지만, 피곤하다고 가기 싫다고 하면 억지로 끌고 가진 않으신다.

할 때는 제대로 하는 사람이라는 걸 알고 계시기 때문이다. 더불어 한없이 센 내 고집도 잘 알고 계시다.

 

그래서 추석 전 날은 오랫만에 동기들을 만날 듯 싶다. 주현이가 10월 2일에 출국한단다.

현아언니 덕분에 우리 과 애들은 호주 열풍이다.

 

 

 

 

2.

 

왜 하필 추석 전 날에 애들을 만날까? 체육대회도 있는데.

 

지나치게 aggresive한 (나에 대한 묘사로 aggresive 하다는 단어를 두 번이나 전혀 접점 없는 다른 사람에게 들었다.

그래서 애용하기로 했다.) 이화경은 졸업한 뒤에도 학교 일에 신경을 쓰고 있는데, 그들에게는 그렇지 않은가보다.

혹은 어린 학생다운, 흔히 있을 수 있는 착오일 수도 있지.

 

 

이름있는 기업에서 일하고 있는 우리 과 선배들을 한 자리에 모아놓고 재학생을 위한 취업간담회를 열어주려고 했었다.

졸업생들이야 내가 연락해서 모으면 꽤 모일거고. 겸사겸사 그들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도 듣고, 진로 때문에 고민하는 3-4학년에게도 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어서 였다. 교수님들을 통해 열까 하다가 재학생들에게 연락해서 알아보라고 했다.

하지만 답이 없더라. ^_^ 왜 잡을 수 있는 기회가 바로 손 앞에 있는데, 잡지 않을까.

 

중국인인가? 나 하나만을 위한 것이면 발벗고 나서지만, '우리'를 위한 것까지 나서기엔 내 일이 너무 많은가?

기회란 나 하나만을 위해서는 오지 않는다. 1인 1기회보다, 100인 100기회가 훨씬 더 잡기 쉬운데, 그것을 왜 모를까.

어차피 선택은 본인이 하는거다. 좀 더 많은 정보를 얻는 것이 좋은데.

 

아- 말해봐야 입만 아프다. 직장생활 하기에도 정신없이 바쁘구만 왜 나는 이리 오지랖이 넓을까. 좀 허탈하다.

 

 

 

 

3.

 

추석 뒤 평일에 휴가를 썼다. 나는 휴가를 쓰게 되면 대부분 그 전후 휴일에 회사를 나간다.

휴가를 쓰는 것이 왠지 미안하다는 강박관념이 자리잡고 있나보다.

'갑' 밑에 '병'도 아니고 '정' 쯤의 신분으로 일하고 있던 기분이 아직도 남아있는 것 같다.

 

오늘 일찍 일어나 회사를 들렀다가 미홍이랑 명이를 만나러 가려고 했는데, 눈 떠 보니 11시 반이라 실패했다.

추석 전 날 회사 나가서 일 하다 동기들 만나러 가야 겠다.  

 

기본적으로 나는 휴일 근무에 대한 거부감이 별로 없다. 첫 직장에선 그게 빈번히 있었기 때문이리라.

이래서 사람에겐 첫 직장이 중요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