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취한 것과 졸린 것 그리고 흥분한 것은 나에게 큰 차이가 없다. 적어도 다음날 아침에는 말이다. 아침에 일어나서 어제 무슨 일이 있었나 몽롱하게 기억을 되돌려 본다. 대부분의 것들은 명확하게 기억이 나는데 술취했을 때의 기억, 졸릴 때의 기억, 그리고 흥분했을 때의 기억은 가물가물하다. 여기서 흥분했을 때란 기분이 매우 좋을 때를 말한다. 기분이 매우 나쁘면 굉장히 가라앉고 냉정해지지만, 기분이 몹시 좋으면 정신나간 사람이 되어 무슨 짓을 저지를 지 알 수 없다. 나사가 열 다섯개 쯤은 풀린다. 술 먹고 필름이 끊기는 것은 알콜 때문이 아니라 흥분하기 때문인 것 같다.
어제 올린 글을 일어나서 다시 보니 오버했나 싶다가도 더 보충하고 싶은 기분도 있고 그렇다. 전부터 알고는 있었다. 밤의 나는 내가 아니다. 밤이 되면 쉽사리 감정적이 되고 예민해진다. 감성이 곤두서서 잠도 잘 자지 않으려 한다.
선이란 참 어렵다. "내가 어제 무슨 짓을 한 걸까. 왜 또 기억이 잘 안 나지?" 메멘토도 아니고 기억이 희미한 아침은 매번 가슴을 철렁이게 한다. 다음 날 아침 뿐 아니라 시간이 지난 뒤, 며칠 혹은 몇달 전 일들이 파장을 타고 온 것 같은 기분이 들면 항상 당황스럽다. 어디엔가 더 좋은 해법이 있을 것 같아 항상 해매이는데, 내가 점쟁이도 아니고, 모르겄다. 그럴 때는 포기하는 수 밖에 없다. 내가 한 일이 악영향이 되어 돌아와도 어쩔 수 없지 라는 마음가짐을 가지는 것 만이 현재의 나에게 유일한 평안을 가져다 준다.
회사에서 희님이 졸릴 때 인터넷 쇼핑을 하면 충동적이기 쉽다고 하셔서, 어제는 장바구니에 담기만 하고 오늘 일어나면 구매해야지 생각했다. 매우 잘한 일이라 뿌듯하긴 한데, 지금 다시 고민하니 사고 싶은 물건이 점점 늘어나는 것은 왜일까. 하루 더 기다렸다 구매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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